상상 그 이상이다. 극강의 공포감과 폐부를 찌르는 메시지, 신선하면서도 묘한 미쟝센과 배우들의 싱크로율 높은 열연까지 2월 관객들을 홀릴 준비를 마친 '클로젯'이다.
29일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영화 '클로젯(김광빈 감독)'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김광빈 감독과 주연배우 하정우, 김남길이 참석해 영화를 처음 공개한 소감과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클로젯'은 이사한 새집에서 딸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후, 딸을 찾아나선 아빠에게 사건의 비밀을 알고 있다는 의문의 남자가 찾아오며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벽장'이라는 새로운 소재와 '벽장 문이 열리고 아이가 사라졌다'는 신선한 설정으로 예비 관객들의 흥미를 자극하고 있다.
10여 년간 집 안에서 사라진 아이는 32명. 아이들의 방에 언제나 존재했던 벽장은 친근한 현실 공포의 정점을 찍는다. 한국 영화에서 시도하지 않았던 비주얼을 위해 '클로젯'은 벽장, 인형, 그림 등 집안 곳곳에 디테일한 소품을 배치해 스산한 분위기를 완성했고, '죽은 자들의 세계'로 관객들을 초대한다.
'클로젯'은 공포와 퇴마 등 대외적으로 알려진 판타지적인 스토리 외 아동학대라는 현실과 밀접하게 연결 된 사회적 문제를 개연성으로 삼아 공감대와 설득력을 높인다. '현실 공포물'이라는 표현이 왜 적합한지 영화를 보면 더욱 깊이있게 확인할 수 있다.
김광빈 감독은 "'아동학대'를 규정짓고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현대의 가족상을 놓고 부모와 자식의 관계가 틀어졌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가족의 시선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남길은 '클로젯'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하정우가 이런 영화를 선택했다는 것에 나도 흥미가 끌렸고, 시나리오를 받아 봤는데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무엇보다 국내에서는 잘 볼 수 없는 그림이 그려질 것 같아 참여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공포' 장르는 하정우와 김남길에게도 새로운 도전. 두 배우는 이 작품을 통해 첫 호흡을 맞췄다. 하정우와 김광빈 감독은 15년 전 '용서받지 못한 자'의 배우와 스태프로 처음 인연을 맺은 후 감독과 배우로 재회해 의미를 더했다.
"두 배우는 공명 주파수가 잘 맞은 것 같냐"는 질문에 하정우는 " 대체적으로 무난하게 잘 진행이 됐던 것 같다"며 "사실 남길이와 내가 활달한 편이어서 코미디 드라마 혹은 밝은 장르에서 만났더라면 좀 더 재미있게, 더 큰 즐거움을 드릴 수 있지 않았을까 싶기는 하다. 웃음기가 없는 영화라 힘들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김남길 역시 "'앞부분은 조금 더 재미있게 갔었으면 어땠을까' 생각이 들긴 한다. 후반부 긴장감 있는 이야기가 많이 나와서 흐름에 방해 될까봐 현장에서는 많이 절제했다"며 "공명 주파수는 우리끼리는 잘 맞았다고 생각한다. 형의 유머러스함을 워낙 옆에서 자주 봐 왔고, 먹방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많이 해줬다"고 귀띔해 웃음을 자아냈다
극중 하정우는 갑자기 사라진 딸을 찾아 다니는 아버지 상원으로 분해 아이를 잃어버린 아버지의 혼돈부터 딸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까지 비통과 긴장을 오가는 극강의 감정 변화를 쏟아낸다.
하정우는 "아직 미혼이고, 머릿 속으로는 '어느 정도 아픔까지 가겠다' 계산할 수는 있지만 실제 경험을 못 해봤기 때문에 걱정했던 것이 사실이다. 근데 주변에서 결혼하고 자녀를 둔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목숨과도 바꿀 수 있을 만큼 소중하다'고 하더라. 한결같은 이야기에 '내가 가장 소중하고 목숨도 바꿀 수 있는 사람이 사라진다면 세상이 뒤집히고 눈이 뒤집히겠구나' 생각했다. 그 마음을 온전히 표현하기 위해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김남길은 사건의 비밀을 알고 있는 의문의 남자 경훈 역할을 맡아 실제 성격과는 같은 듯 다른 캐릭터 설정을 통해 유쾌함과 진지함을 넘나드는 색다른 면모를 뽐낸다. 진실인지 거짓인지 모를 말과 허당미 느껴지는 행동들로 혼란을 자아내지만, 본격 추적을 시작하면서 웃음기를 걷어내고 강렬한 아우라를 풍긴다.
김남길은 "프리프로덕션 단계에서 시나리오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아이디어 공유도 많이 했다"며 "그 중에서도 '종교적인 것들에 대한 불편함이 없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컸다. 그래서 감독님과 주문서를 작성할 때도 종교적인 것을 최대한 피하려고 했고,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국내외 구마의식이 담긴 영화들과 애니메이션을 찾아보면서 연습하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이와 함께 김광빈 감독은 극중 아역 배우의 감정적 호연에 대해 "아이들의 스트레스를 최소한으로 하기 위해 현장에 전담 코칭 선생님이 늘 계셨다. 그리고 나는 아이들의 시선에 맞게 연출 의도나 연기를 지도하려 노력했다. 영화 속 내용 전체보다, 당장 아이들이 겪고 있는 일에 대해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이렇게 표현해 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고 강조했다.
하정우는 "깜깜한 벽장 문을 열었을 때, 뭐가 있는지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 놓였을 때가 가장 설레었고 떨렸고 긴장됐다. 여러 분들도 장르 등 모든 것을 떠나 까만 상태로 와서 봐 주시면 재미를 더 느껴 주시지 않을까 싶다"고 당부했다. 2020년 첫 공포영화로 관객들을 만나게 될 '클로젯'은 내달 3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