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클로젯(김광빈 감독)'이 5일 개봉, 주목받는 신작으로 극장에 걸린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여파로 극장을 향한 관객들의 발걸음이 뚝 떨어진 상황이지만 작품에 따라 관객들의 선택도 달라질 것이라는 믿음이 크다. 공포에 맞서는 공포. '클로젯'의 자신감도 남다르다.
하정우·김남길이 첫 호흡을 맞춘 영화로 주목받고 있는 '클로젯'은 이사한 새집에서 딸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후, 딸을 찾아나선 아빠에게 사건의 비밀을 알고 있다는 의문의 남자가 찾아오며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이국적 소재와 한국적 정서의 만남, 구멍없는 배우들의 열연, 미스터리 스토리, 그리고 판타지와 현실을 넘나드는 미쟝센을 모두 담아내기 위해 애쓴 티가 곳곳에서 발견된다. 장르적 재미를 담보로 신선함을 만끽할 수 있는 영화. 촘촘한 '클로젯'의 탄탄한 힘이다.
'클로젯'은 기존 한국 영화에서 본 적 없는 '벽장'이라는 새로운 소재와 '벽장 문이 열리고 아이가 사라졌다'는 설정만으로도 흥미를 배가시킨다. 미스터리 공간으로 재탄생한 벽장은 일상적인 공포심을 자극하는 동시에 극한의 긴장감을 유발한다. 여기에 녹아낸 한국적 정서는 몰입도를 높이기 충분하다.
사고로 하루아침에 아내와 엄마를 잃고 새집으로 이사를 간 부녀. 딸 이나(허율)는 갑자기 이상증세를 보이고 아빠 상원(하정우)은 악몽에 시달린다. 그리고 며칠 뒤 이나는 집 안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10년간 사라진 아이들은 무려 32명. 그 속에 숨겨진 비밀과 반전은 관객들에게 새로운 감정을 선사한다.
'클로젯'은 한국영화에서 시도하지 않았던 비주얼로 보는 맛을 키우기도 했다. 사건의 근원이 되는 벽장, 인형, 그림 등 집안 곳곳에 디테일한 소품을 배치해 새집의 스산한 분위기를 완성했고,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의 경계가 되는 공간인 이계는 왜곡되고 황량하게 설계돼 낯설고 기이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리고 미스터리를 이끈 하정우와 김남길의 환상적 연기 앙상블은 '클로젯'을 추천할 수 밖에 없는 결정적 이유다. 처음으로 미스터리 장르에 도전한 하정우는 배우 하정우의 새로운 얼굴과 섬세한 감정 표현을 쏟아내고, 김남길은 유쾌함과 진지함을 넘나들며 천의 매력을 뽐낸다. 아역 허율, 김시아의 활약도 대견하다.
장르적 스산함과 차가움 속 의외의 따뜻함이 빛나는 독특한 영화 '클로젯'. 반전 아닌 반전 메시지가 관객들을 홀릴 수 있을지, 극장 문을 조금이나마 활짝 열 수 있을지 '클로젯'이 감내해야 할 무게감이 꽤 묵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