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한진그룹 오너일가가 지난 몇 년간 보여준 행태는 재벌가를 소재로 하는 ‘막장 드라마’였다. 갖은 갑질과 범죄, 부정, 폭언 등 나열하기도 힘들 정도로 재벌가의 만행으로 가득했다. 이젠 가족 간 경영권 분쟁으로 치닫고 있다.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는 주주들로서는 한진가 남매 중 한 명을 선택해야 한다. '가혹한 선택지'다. 누가 덜 악한지를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모친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와 연대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KCGI, 반도건설 등 외부 세력과 연합군을 형성한 상황이다.
재벌 3세인 조원태 회장과 조현아 전 부사장은 아버지의 업적들을 상쇄시킬 정도로 큰 물의를 일으켰다.
고 조양호 회장은 한진그룹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켰지만, 자식들이 저지른 사건·사고 탓에 편하게 눈을 감지 못했다. 20년간 이끌었던 대한항공 경영권까지 박탈될 정도로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스포츠에 강한 애정을 드러냈던 조양호 회장은 대한탁구협회 회장을 오랫동안 맡으면서 “물심양면으로 밀어줄 테니 파벌 싸움은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눈을 감으면서도 “가족끼리 협력해서 사이좋게 이끌어가라”는 유훈까지 남겼지만, 남매의 분쟁을 막을 수 없었다.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경영권을 승계받은 조원태 회장도 ‘악동’ 이미지에서 자유롭지 않다. 경찰 뺑소니, 70대 할머니 폭행, 학력 논란, 크리스마스 행패 등 과거의 논란들도 가득하다. 조원태 회장은 차선을 위반해 단속한 교통경찰을 치고 달아나기도 했고, 난폭 운전을 지적한 70대 할머니를 밀치고 폭언한 혐의로 논란을 일으켰다.
학력 논란에 대해선 행정 소송까지 이어지고 있다. 인하대 부정 편입학으로 교육부가 지난 2018년 학위를 취소했고, 국민권익위원회까지 교육부의 손을 들어줬다.
최근 중국 후베이성에 고립된 우한 교민과 유학생을 위해 대한항공이 전세기를 제공했고, 조원태 회장도 위험을 무릎 쓰고 우한행 비행기를 탔지만 여론은 썩 좋지 않았다. ‘이미지 세탁’의 하려 한다는 시선이 뒤따랐다. 조원태 회장이 지난 크리스마스에 모친 집에서 유리창과 집기를 깨는 등 행패를 부려 사과문까지 냈기 때문이다.
누나인 조현아 전 부사장은 ‘갑질의 아이콘’으로 대중의 뇌리에 각인됐다. 2014년 ‘땅콩 회항’으로 국민의 공분을 샀다. 이로 인해 경영일선에서 퇴진해야 했다. 경영 방식에 반발해 동생에게 반기를 들었지만 조현아 전 부사장에 대한 시선은 여전히 싸늘하다.
한진그룹은 실적 악화로 명예퇴직을 받고, 임원을 20% 줄이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하지만 주주들은 실적보다 ‘오너 리스크’를 더 우려하고 있다. 경영 공과 부분이 아닌 오너가의 갑질 사태에 혀를 차고 있다. 그래서 주주들은 경영 일선 퇴진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조원태 회장과 조현아 전 부사장은 오는 3월 말 예정인 한진칼의 주주총회에서 격돌을 예고하고 있다. 양측의 지분 차가 1.5% 내라 우호지분 확보가 중요하다. 경영권 확보를 위해 양측은 주주 친화적인 정책을 다급히 내놓고 있다. 과연 누가 한진그룹의 경영 정상화를 이끌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