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이 한국영화를 넘어 세계 영화사에 새 역사를 썼다. 아카데미 시상식의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을 받아든 봉준호 감독은 백스테이지 인터뷰를 통해 수상 소감과 함께 그 의미에 대해 이야기했다.
봉준호 감독은 9일(현지시간)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Academy Awards) 직후 백스테이지에서 전세계 취재진과 만났다. 미국과 중국, 멕스코 등 다양한 국적의 취재진으로부터 질문을 받은 그는 "꿈에서 깰 것만 같다"고 말했다.
앞서 '옥자'와 '설국열차' 등 전작을 미국 프로덕션과 함께 만든 경험이 있는 봉준호 감독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의, 한국에 의한 영화 '기생충'으로 오스카를 품에 안게 된 소감에 관해 "순전히 한국적인 것들로 가득찬 '기생충'으로 여러 나라에서 반응을 얻었다. 주변 가까이 있는 것을 들여다봤을 때 오히려 더 넓게, 전세계를 매료시킬 수 있는 것이 아닐까"라고 밝혔다.
아시아 감독으로서 최초로 작품상을 받았기에 아시아에서 온 취재진의 질문도 쏟아졌다. 봉준호 감독은 "이미 장벽이 부서지고 있는 상태였고, 우리를 둘러싼 모든 환경, 인스타그램이나 트위터 등에서 우리 모두가 연결돼 있다. 이제는 비 영어 영화가 상을 타는 것이 사건으로 취급되지도 않을 것 같다"고 했다.
다음은 봉준호 감독과 현지 외신의 일문일답
-어떻게 할리우드를 넘어 훌륭한 스토리텔러, 최고의 감독이 됐나. 봉준호 감독(이하 봉)"나는 원래 이상한 사람이다. 평소 하는대로 했다. 여기 프로듀서 곽(신애) 대표님이나 한진원 공동 작가나 배우들도 평소 하던 것처럼 했을 뿐이다. 이런 놀라운 결과가 있어서 아직도 얼떨떨하다. 지금 약간 (머리를 때리면) 꿈에서 깰 것 같은 느낌(이다)."
-어떻게 전세계가 공감하는 스토리를 만들어낼 수 있었나. 봉 "전 작품이었던 '옥자'는 영화에서 한국과 미국이 합쳐진 프로덕션이었다. 그 프로덕션보다도 순전히 한국적인 것들로 가득찬 '기생충'으로 여러 나라에서 반응을 얻었다. 주변 가까이 있는 것을 들여다봤을 때 오히려 더 넓게, 전세계를 매료시킬 수 있는 것이 아닌지 이번 일을 계기로 생각해보게 됐다."
-어렸을 때 한국 TV에서 오스카를 보며 오스카를 수상하는 꿈을 꾼 적 있나. 봉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을 좋아하는데, 감독상을 번번히 못 받는 걸 본 적이 있어서 답답했다. 그 분은 나를 모르겠지만, 나는 답답해하며 '왜 못 받으시지'라고 했다. '디파티드'로 처음 받을 때 제가 환호했던 기억이 있다. 같이 노미네이션된 것 자체가 초현실적이고 영광이었다."
-외국어영화 최초로 언어의 장벽을 깨고 작품상을 받았다. 봉 "골든글로브 때 1인치 장벽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어떻게 보면, 이미 때 늦은 소감이 아니었나. 이미 장벽이 부서지고 있는 상태였고, 우리를 둘러싼 모든 환경, 인스타그램이나 트위터 등에서 우리 모두가 연결돼 있다. 이제는 비 영어 영화가 상을 타는 것이 사건으로 취급되지도 않을 것 같다."
-아카데미는 물론 한국에도 역사적 일이다. 그 의미에 대해 이야기해달라. 곽신애 대표 "한국영화가 아카데미 후보가 된 것도 처음이고, 한 개 부문 트로피만 가져가도 기념이 되는 거였다. 4개 부문 상을 받아가는 거라 도착했을 때 한국 분위기가 어떨지 상상을 못하겠다. 작품상을 상상해본 적은 있다. 그러려면 작품상 투표를 우리에게 해야 하는 거다. 그렇게 작품상을 타는 것은 한국 뿐 아니라 전세계 영화의 변화에 자극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면에서 받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시아 감독으로서 어디서 영감을 받나. 봉 "한국의 거장 김기영 감독이 있다. 그의 작품 '하녀'는 마틴 스코세이지 재단에서 디지털 마스터링됐다. 당신은 그 영화를 DVD로 볼 수 있다. 나는 이마무라 쇼헤이, 구로사와 키요시 등 훌륭한 아시아 감독들에게도 영감을 받는다."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아시안 영화인들에게 메시지를 전한다면. 봉 "인디펜던트스피릿어워드에서 '페어웰'이 상을 타 행복했다. 아시아, 유럽, 미국 등 경계를, 구획을 나눌 필요가 없을을 것 같다. 각각의 작품이 갖고 있는 매력과 호소력이 있다면 뭔가를 구분하는 것조차 의미가 없어졌다. 우리는 영화의 아름다움 그 자체를 추구하고 있는 것 같다."
-차기작 계획은 무엇인가. 봉 "계획이 있다. 일을 해야지, 이게 내 일인데. 20년간 계속 일해왔고, 오스카나 칸에서 상을 받기 전에 준비하던 것이 두 작품 있다. 그걸 계속 준비하고 있다. 이 상으로 인해 내가 뭔가 바뀌거나 모멘텀이 돼 바뀌는 건 없다. 하던 것 계속 준비하는 거다. 한국어 영화 하나, 영어 영화 하나, 시나리오 두 개를 준비하고 있다."
-통역사(샤론 최)가 화제였다. 봉 "당신도 알다시피 샤론 최는 이미 대학에서 영화를 공부했다. 영화 시나리오를 쓰기도 하는데, 개인적으로 참 호기심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