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장충체육관에서 펼쳐진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우리카드-대한항공의 경기. 우리카드 신영철 감독이 경기 중 작전 지시를 하고있다.장충체육관=정시종 기자 10연승 행진이 멈춘 우리카드의 신영철(56) 감독은 봄 배구까지 내다보며 선수들에게 다시 주문한다.
우리카드는 9일 열린 도드람 2019~2020 V리그 대한항공과의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1-3으로 져 지난해 12월 19일부터 시작된 연승 행진에 마침표를 찍었다.
하지만 종전 팀 최다 연승행진 기록을 6연승에서 10연승까지 늘렸고, 대한항공과는 승점 차는 없지만 세트 득실률에서 앞서 여전히 선두를 달리고 있다.
지난 시즌과 비교하면 각 부문에서 기록이 훨씬 좋아졌다. 2018~2019시즌 리시브 효율은 33.03%로 꼴찌였으나, 이번 시즌에는 39.27%(3위)로 향상됐다. 디그 역시 8.835개(4위)에서 10.583개(1위)로 늘어났다. 리시브와 디그 등 수비가 뒷받침되니 세터 노재욱의 토스워크가 더욱 빛을 발휘해 시너지 효과를 낳고 있다.
대체 선수로 합류한 펠리페는 4라운드 MVP에 선정되는 등 득점과 성공률, 서브 등 주요 부문에서 좋은 활약이다. 나경복은 경기별로 심했던 기복을 줄여 토종 에이스로 완전히 자리매김했다. '프로 2년차' 황경민은 공격, 리시브 등에서 1년 사이 한층 성장했다. 팀 전력과 짜임새가 한층 좋아진 우리카드는 박빙의 상황에서 무너지지 않고, 이겨내는 힘을 쌓았다.
지난 시즌 구단 최초로 봄 배구에 진출한 우리카드는 이번 시즌 그 이상을 넘보는 위치까지 서 있다.
연승 행진이 마감된 9일 경기 후 신영철 감독은 "선수들에게 참 고맙다"고 제자들을 격려한 뒤 "대한항공 선수들의 공을 다루는 기술이 우리보다 한 수 위였다"고 짚었다. 팀당 잔여 경기와 승점 차를 고려하면 우리카드의 2년 연속 봄 배구는 거의 확정적이다. 아쉽게도 연승 행진이 멈췄지만, 팀 역사상 두 번째 포스트시즌에서 더 좋은 성과를 얻기 위해선 보완이 필요하다. 신 감독은 "연승이 이어지면 좋겠지만, 계속 이길 수는 없다. 패할 때 우리가 부족한 게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이를 보완하지 않으면 봄 배구에서 이기는 게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신영철 감독은 경기에서 이긴 뒤에도 부족한 점을 파악해 훈련 때 선수들에게 강조하고, 경기 중에는 끊임없이 기술력과 작전을 주문한다.
신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대한항공전을 치르며 좋은 교훈을 얻었을 것이다. 의욕만으로 상대를 이길 수는 없다. 공 다루는 기술을 키우고, 잘 풀리지 않을 때 힘을 내세우지 않고 유연하게 경기를 풀어가는 방법도 배워야 한다"고 새로운 과제를 제시했다. 이를 보완하는 것은 "감독의 몫이니까 (내가 남은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에 대비해) 준비를 잘해야 할 것 같다"고 스스로를 채찍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