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신동빈·이부진·구자열·조원태 등등…. 이들의 공통점은 대기업 총수일가 출신 사내이사로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 재선임 관문을 통과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는 점이다.
대신지배구조연구소가 10일 낸 ‘주요 대기업집단 지배주주의 사내이사 임기 만료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30대 주요 대기업집단 중 23명이 올해로 사내이사 임기가 만료돼 주주총회에서 재선임 절차를 거쳐야 한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 구자열 LS그룹 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등 17개 그룹의 상장 지배주주 가운데 동일인 및 동일인의 자녀·형제·친인척에 해당하는 23명이 그 대상자다.
연구소는 “이들 가운데 법령 위반과 경영권 분쟁 등의 사회적 이슈가 있었던 지배주주의 경우 올해 주총에서 재선임 안건이 안정적으로 통과되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 원칙)’를 활용해 적극적인 주주권을 행사하면서 대기업 총수들도 재신임 절차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2018년 7월부터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해 주식 보유목적을 단순투자에서 경영 참여로 변경했다.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 300개가 넘는다. KT·포스코·네이버·KT&G·신한지주 등 9곳은 국민연금이 최대 주주이기도 하다.
앞서 국민연금은 한진그룹의 지배구조에 ‘입김’을 불어넣은 바 있다. 지난해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에 반대표를 던져 20년 만에 그를 끌어내렸다.
올해 한진칼(한진그룹 지주사) 주주총회에서도 국민연금이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 국민연금은 한진칼의 4.11% 지분을 갖고 있다. 조원태와 조현아 ‘한진가 남매’의 지분 차이가 1.5% 내라서 국민연금의 선택에 따라 지배구조가 바뀔 수도 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올해 주총부터 기업의 배당정책 수립, 임원 보수 한도의 적정성, 법령상 위반 우려로 기업 가치를 훼손하거나 주주권익을 침해하는 사안, 지속적인 반대 의결권 행사에도 개선이 없는 사안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계획이다.
김두용 기자 kim.duy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