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김용훈 감독)' 개봉을 앞두고 있는 전도연은 11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촬영이 한창 진행될 때 합류했다. 꼭 남의 현장에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내가 '백두산' 촬영을 잠깐 하지 않았냐. 그 땐 진짜 남의 현장이었다. 완전히"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전도연은 "(설)경구 오빠가 '카메오나 특별출연으로 잠깐 가면 괜히 있을 곳이 없다'는 말을 해줬는데 진짜 그렇더라. 있을 곳이 없었다. 영화에 등장하는 그 소파에만 앉아 있었다. 스태프들은 아마 신경이 많이 쓰였을 것이다. '저쪽에서 잠시 쉬라'고 하는데도 난 '여기가 제일 편하다'며 꼼짝하지 않았다"고 전해 또 한번 좌중을 폭소케 했다.
이어 "사실 '백두산'은 시사회로도 챙겨보지 않았다. 못 보겠더라. 난 내가 어떻게 했는지 잘 알고 있으니까. 뭔가 대단한 준비를 해서 갔다기에는 초반에 북한 사투리를 배우기 위해 선생님을 한번 만난 것이 전부였다. 한참 후 촬영을 할 땐 '내가 이 영화를 왜 한다 그랬지?'라는 생각도 들더라. 개인적으로 감독님들과 너무 친하고 예뻐한다. '뭐든 도와줄게'라고 말했던 것이 그렇게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또 "사투리라는게 내 말투가 아니다. 결국 만들어내야 한다. 병헌 오빠와 연기를 하는데 '우리가 지금 대화하고 있는게 맞어?'라는 말도 했다. 오빠도 '나도 네가 무슨 말 하는지 모르겠어' 하면서 촬영했다"고 토로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든 후 "잠깐이었고 잊고 살았다. 개봉 때쯤 '아, 내가 거기 나왔지!' 했지만 차마 못 보겠더라. 그 현장에서의 어색함을 눈으로 확인하기가 좀 그랬다. 시사회에 초대 받았지만 '개봉하면 돈내고 볼게요'라고 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전도연을 움직인 것은 바로 호평이었다. 전도연은 몇 분의 짧은 등장에도 신을 씹어먹으며 '역시 전도연'이라는 찬사를 불러 일으켰다.
"개봉하고 나서 사람들이 하도 '연기를 잘했다'고 하길래 "혹시라도 하는 기대치가 생기더라. 그래서 진짜 개봉 후 극장에 가서 봤는데 깜짝 놀랐다. 너무 자연스러워서"라며 흡족한 속내를 표했다. 전도연은 "그때 '무언가를 내가 너무 너무 열심히 하지 않아도 괜찮구나. 이미 사람들은 준비된 것에 대해서 호의적으로 받아 주는구나'를 깨달았다. 내 입장에서는 속된 말로 하루 그냥 알바 뛰듯이 가서 소파에 딱 붙어 있었을 뿐인데 좋게 봐 주신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진짜 열심히 안 한 것은 아니지만 내 기준에서는 차이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전도연은 "이젠 1000만 영화가 너무 많아져서 어느 정도 되지 않으면 눈에 띄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 '백두산' 개봉 후에 또 하나 깜짝 놀랐던 것이 눈 깜빡하면 100만이 넘더라. 그런 영화를 처음 찍어봤다"며 "그렇다고 지금까지 내가 선택하고 출연한 작품이 어떻다는건 절대 아니다. 100만이라는 숫자를 빠르게 찍는 영화들은 아니었지만 나름 많은 관객들에게 사랑받는 작품을 했다고 생각한다. 좋다"고 진심을 표했다.
이번 영화에서 전도연은 과거를 지우고 새 인생을 살기 위해 남의 것을 탐하는 연희 역할을 맡아 명불허전 압도적인 존재감을 펼친다. 범죄를 앞두고 담담하고 순수한 얼굴부터 눈빛 하나로 상대를 제압하는 카리스마까지 입체적 캐릭터를 폭넓은 연기로 완성했다. 무엇보다 관객들이 가장 원하는 전도연표 독한 모습으로 컴백, 기다렸던 기대감을 채워줄 전망이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인생 마지막 기회인 돈 가방을 차지하기 위해 최악의 한탕을 계획하는 평범한 인간들의 범죄극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여파로 개봉일을 한 주 연기, 19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