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는 지난 시즌을 마친 뒤 롯데에서 뛰던 오른손 투수 장시환(32)을 트레이드로 영입했다. 젊은 포수 지성준(25)을 내주는 출혈을 감수해야 했지만, 국내 선발 투수가 꼭 필요하던 한화 입장에선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장시환은 우여곡절을 많이 겪은 투수다. 2007년 현대에 입단한 뒤 2008년 팀이 해체돼 히어로즈로 옮겼고, 이후 2014년까지 넥센 유니폼을 입고 뛰었다.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라 늘 팀의 기대를 많이 받았지만, '만년 유망주'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2013년엔 갑상선암 진단을 받아 한동안 마운드를 떠나는 아픔도 겪었다.
2015년 신생구단 KT로 이적한 뒤엔 전반기에 마무리 투수 역할까지 맡으면서 활약했지만, 항암 치료 복귀 첫 해에 처음으로 풀타임 시즌을 치르면서 뒷심을 발휘하지 못했다. 2016년에도 실망스러운 성적을 내자 결국 KT는 장시환을 트레이드로 롯데에 보내면서 투수 배제성을 데려왔다.
장시환은 롯데에서 3년간 쏠쏠한 활약을 했다. 2017년 53경기에 출전해 데뷔 후 가장 많은 경기를 뛰었고, 2018년에도 32차례 마운드에 올랐다. 지난 시즌은 처음으로 27경기에 모두 선발 투수로만 등판했다. 총 125⅓이닝을 던져 6승 13패 평균자책점 4.95. 이닝당 출루허용(WHIP)은 1.64였고, 삼진 109개를 잡는 동안 볼넷 58개를 내줬다.
한화는 장시환이 커리어를 거듭할수록 성장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지난해 김민우, 김범수, 임준섭을 포함한 많은 투수들에게 선발 기회를 줬지만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은 선수가 없었기에 더 그랬다. 한화에 새로 온 정민철 단장과 롯데에 부임한 성민규 단장은 논의 끝에 장시환과 지성준을 바꾸기로 합의했다. 그렇게 장시환은 네 번째 이적을 하게 됐다.
한화에게 장시환이 회심의 카드라면, 장시환에게 한화는 마지막 돌파구이자 동아줄이다. 장시환은 올해 데뷔 14년 만에 처음으로 억대 연봉을 받게 됐다. 연봉이 인상된 시즌보다 삭감된 해가 더 많았던 그였지만, 한화로 옮긴 올해 1억1000만원에 사인하면서 처음으로 1억원을 넘겼다. 30대 중반으로 향해가는 나이에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한화에서 재능의 꽃을 피운 뒤 프로 생활의 마지막 소속팀으로 남기고 싶다는 의지가 강하다.
한화 소속으로 치르는 첫 스프링캠프 페이스도 순조롭다. 장시환은 지난 6일(한국시간)부터 네 차례 불펜 피칭을 했다. 투구 수를 84개까지 끌어 올렸다. 직구와 슬라이더, 커브를 섞어 던지면서 컨디션을 점검했고, 한용덕 감독으로부터 합격점도 받았다. 그는 "그동안 하던 방식대로 몸을 끌어 올리고 있다"며 "내 장점을 살려 좋은 공을 던질 수 있도록 캠프 기간 동안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장시환의 합류는 다소 느슨해졌던 기존 선수들에게 새로운 자극제도 된다. 선발 로테이션 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내부 경쟁이 꾸준히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 시즌엔 개막 선발 로테이션으로 낙점된 국내 선발 투수들 전원이 첫 1~2주 만에 부상과 부진으로 줄줄이 이탈했다. 올해는 한 자리를 차지하는 것만큼이나 꾸준히 선발 투수로 풀타임을 치러야 한다는 숙제까지 떨어졌다.
한 감독은 "선수들이 비시즌에 몸 관리를 잘 해왔다. 지난 시즌보다 좋은 피칭을 하는 선수도 눈에 띈다"며 "투수들 간 경쟁이 이미 시작된 것 같다. 선의의 경쟁이 모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반겼다. 장시환 영입이 불러온 또 다른 효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