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가까워도, 너무 멀어도 바람직하지 않다. "어느 순간부터는 혼자 밥을 먹을 때가 많아졌다"는 한 전직 감독의 말이 감독의 스탠스가 쉽지 않다는 것을 대변한다. 가깝고도 먼 거리를 유지하며 때로는 따로, 때로는 같이 호흡하며 팀을 이끌어간다. 넓은 시야와 통찰력이 동시에 필요하고, 각 파트 전문 지도자들의 의견을 존중하면서도 강단 있는 선택을 해야 한다.
그래서 각 구단 감독들은 자신만의 노하우와 방식으로 임무에 접근한다. 미국 애리조나에서 스프링캠프를 치르고 있는 NC, 한화, KT 세 팀의 감독들도 그렇다. 전훈지는 대개 2개 이상의 그라운드와 투구 연습장을 보유하고 있다. 동선은 차이가 있다. 사령탑이 동분서주하는 모습은 다르지 않다. 그러나 같은 상황 속에서도 미묘한 차이를 보인다.
한용덕(55) 한화 감독은 선수단과의 거리가 가장 가까운 지도자다. 피오리아 스포츠콤플렉스(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에서 가장 바쁘다.
라이브 타격과 투구를 할 때는 베팅케이지 바로 뒤에서 지켜본다. 투구 연습장에서는 타자로 나선다. 불펜피칭하는 투수들이 실전에 가까운 감을 잡을 수 있도록 타석에 서서 타격 자세를 취한다. 물론 이러한 모습을 보이는 감독은 많지만, 한 감독은 거의 모든 투수의 투구에 나선다.
기술적인 조언은 각 파트 코치들이 있다. 좋은 면을 강조하는 말이 대부분이다. 외인 워윅서폴드의 체인지업과 속구를 차례로 타석 위치에서 본 뒤에는 "체인지업도 위력적이다"며 선수의 '엄지손가락 세레모니' 반응을 받았다. 몇몇 고참 선수에 대해서는 성향 변화까지도 파악하고 있다.
이강철(54) KT 감독은 한발 뒤로 물러나서 보는 편이다. 선수뿐 아니라 코치도 의식할 수 있다고 본다. 한 감독처럼 투수의 불펜피칭 때 타석에 나설 때도 있다. 스케줄을 전체 투수 가운데 한 두 명에 불과하다. 메시지도 전반적으로 부상 방지와 오버페이스를 경계하는 내용이다.
마음을 먹고 다가설 때는 주목도가 높았다. 지난 6일(한국시간)에도 고참급 선수들의 펑고(야수의 수비 연습을 위하여 공을 쳐 주는 일)를 하던 박정환 수비 코치에게 가더니 박스에 담겨 있던 공을 한 개씩 건네주기 시작했다. 사령탑 덕분에 손쉽게 공을 쥘 수 있던 코치는 이전보다 빠른 속도를 타구를 보낼 수 있었다. 숨이 차기 시작한 선수들이 코치와 감독을 향해 '힘들다'고 할 정도. 부주장 박경수의 푸념은 웃음을 자아냈다.
이동욱(46) NC 감독은 각 파트 지도자들과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자주 보였다. 지난해보다 두꺼워진 선수층이지만 옥석 고르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선수의 컨디션과 훈련 지향점을 빠른 속도로 파악하는 듯 보였다.
직접 조언이 필요한 선수는 다른 선수들이 듣지 않도록 자신이 다가가서 얘기를 나누는 모습도 있었다. 가벼운 농담이나 컨디션에 대해 묻는 말은 식사 시간에 주로 이뤄졌다. NC가 쓰고 있는 레이드 파크(미국 애리조나주 투손)는 훈련장과 클럽하우스까지 거리가 가까운 편은 아니다. 훈련을 마친 선수들과 함께 걷으면서 얘기를 나누는 모습도 주목됐다.
세 감독 모두 한, 두 시즌 밖에 치러보지 않았다. 그러나 모두 팀의 도약을 이끈 성과가 있다. 시즌2, 시즌3을 맞이했기 때문에 이전보다 안정감 있는 팀 운영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 개인 성향도 뚜렷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