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라미란이 영화 '정직한 후보(장유정 감독)'를 통해 원톱 주연으로서의 존재감을 굳혔다.
'정직한 후보'는 거짓말이 제일 쉬운 3선 국회의원 주상숙(라미란)이 선거를 앞둔 어느 날 하루아침에 거짓말을 못 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코미디. 라미란을 비롯해 김무열, 나문희, 윤경호, 장동주 등이 출연한다. '김종욱 찾기'(2010), '부라더'(2017) 장유정 감독의 신작이다. 지난 15일까지 64만 명을 동원했다. 개봉 후 4일간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지켰다. 코로나19 확산 우려 속에서도 꾸준히 흥행세를 유지하고 있다. 라미란은 능청스러우면서도 자연스러운 생활 연기로 웃음을 만들어낸다. 코로나19를 뚫고 나간 라미란표 코미디가 통한 셈이다. 생애 처음으로 원톱 주연으로 나선 라미란은 유쾌한 티켓 파워를 입증했다.
-김무열·윤경호와의 호흡은 어땠나.
"김무열은 의외였다. 윤경호와는 전작에서 호흡을 맞춘 적 있다. 오해하던 부분이 있었다. 윤경호는 원래 재미있는 사람인 줄 알았다. 그런데 부끄러움도 많고 소심하더라. 마음 졸이는 면이 있다. 김무열은 이 작품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이걸 한대?'라고 했다. 코미디 영화니까. 시나리오를 재미있게 봤다고 한다고 하더라. 제일 웃겼다. 평소에 웃긴 게 아니라, 뭔갈 하지 않아도 그 사람이 가진 상황이 재미있다. 능청스럽게 하기보다는 진지하게 하니까 더 웃긴 거다. 이런 사람이 코미디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윤경호나 나는 1차원적인 바닥을 깔아줬고, 김무열이 '줍줍'했다."
-코믹 전문 배우라는 수식어에 대한 부담을 갖고 있나.
"수식어가 붙는다는 것이 그만큼 인상 깊었다는 면에서 좋을 수도 있겠으나, 그것이 내 틀이 되면 안 된다. 그 시기에만 잠깐 달고 있다가, 다음 것에서는 쇄신할 뭔가를 찾아야한다. 멜론 장인 이런 거.(웃음) 멜로 버전 예고편을 낚시용으로 만들어볼까도 생각했는데, 감독님이 반대하더라."
-윤경호와 뽀뽀 장면도 있었다.
"뽀뽀를 하는 장면인데, 스릴러 같았다. 목을 조르는 것 같았다. '너무 무섭다'고 했다. 한 대여섯번 정도 찍었다. 윤경호가 긴장해서 전날부터 '준비해 오겠다'고 하더라. 뭘 준비해. 하하하. 윤경호가 그런 장면을 찍는 게 처음이었을 거다."
-연기를 위해 참고한 정치인이 있나.
"나는 '정알못(정치를 알지 못하는)'이다. 감독님이 자료 조사를 많이 했다. 특정 누구를 롤모델로 한 게 아니라, 여러 군데에서 재미있는 부분을 많이 가지고 왔다. '누군가 생각나실 수도 있습니다. 알아서 생각하세요'라고 자막 쓰는 게 어떨지 이야기하기도 했다."
-유쾌한 촬영장을 위한 관계 형성의 노하우가 있나.
"일단 뭘 먹인다. 하하하. 그냥 좋은 사람들인 거다. 그들이 저를 잘 받아주니까. 심지어 김무열은 술을 못 마신다. 그런데도 회식을 하면 끝까지 벌서고 있다. '윤승아 오라고 해'라고 했다. 그래도 잘 따라주더라."
-이번 영화로 인해 정치에 관한 관심 생겼나
"(정치에) 답이 없으니까. 알고 싶지도 않고. '내 자리에서 내 일만 열심히 하자'고 생각했다. '모르는데 입 벌리지 말고 가만히 있자' 이런 거다. 뭐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입장이 없으니까. 어떤 사상이나 가치관이나 정치적 입장이 없다. 정치색이 우리 영화에 없다고 이야기하는 것도, 잘 몰라서 할 말이 없는 거다."
-정직한 정치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이런 정치인이 나오면 큰일 난다. 정직한 정치인이 필요한 게 아니라, 현명한 정치인이 필요하다. 정직보다는 현명이다. 현명한 사람이 필요한 것 같다."
-정직하게 살아왔나.
"꾸밈없이 살았다고 자부한다. 그런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다. '욕할 거면 욕하고. 어쩔 수 없어'라며 살았다. 거짓말을 못하게 된다고 해도 별반 다를 게 없을 것 같다."
-1500만 관객 공약으로 총선에 나가겠다고 했는데.
"막말을 하는 캐릭터다 보니까, 막 말한 거다. 만약 된다면, '뻥이었다'고 대국민 사과하고, 제작사 대표님이 삭발하기로 했다.(웃음)" >>[인터뷰③] 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