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개봉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인생 마지막 기회인 돈 가방을 차지하기 위해 최악의 한탕을 계획하는 평범한 인간들의 범죄극. 소네 케이스케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전도연, 정우성, 배성우, 정만식, 진경, 신현빈, 정가람, 박지환, 김준한, 허동원 그리고 윤여정이 출연한다. '거룩한 계보' 연출부 출신인 김용훈 감독의 첫 상업 영화 데뷔작이다.
해외에서 먼저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인정받았다. 제49회 로테르담 국제영화제 심사위원상(Special Jury Award) 수상에 이어 제34회 스위스 프리부르 국제영화제, 제42회 모스크바 국제영화제, 제22회 우디네 극동영화제, 제1회 홍해 국제영화제 등에 공식 초청됐다. 개봉 전 80개국 선판매를 달성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홍콩, 마카오, 말레이시아, 부르나이, 인도네시아, 베트남, 일본, 태국, 필리핀, 미얀마, 캄보디아, 스리랑카 등 아시아 지역뿐만 아니라 미주와 프랑스 지역까지 다양한 국가에 선판매 됐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포스터
◆원작과 다른, 색다르고 신선한, 퍼즐 같은 범죄극
에도가와 란포상 등 여러 상을 휩쓸며 일본 미스터리 소설의 대표하는 작가 중 하나로 불리는 소네 케이스케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이 만들어졌다. 국내에서도 많은 팬을 보유한 작가 그리고 작품이기에 원작과 영화를 비교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김용훈 감독은 원작과 다른 영화를 만들기 위해 적극적인 각색을 감행했다.
이에 대해 김용훈 감독은 "이 영화는 관객이 예측할 수 없는 전개로 몰아간다. 원작이 굉장히 독특한 구조인데, 이 구조는 소설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영화적으로 구조를 조금 바꿨다. (전도연이 연기하는) 연희가 중간에 등장하는 구조로 바꾸면서 다시 맞춰갔다. 이 영화가 조금 더 평범한 사람이 펼치는 범죄극이 되길 바랐다. 소설보다 영화 속 캐릭터를 더 평범하게 만들었다. 엔딩 역시 원작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김용훈 감독이 설정한 이 영화의 구조는 마치 퍼즐 조각을 맞춰가는 것 같다. 가장 중요한 조각인 전도연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완성된 퍼즐의 그림이 잘 상상되지 않는다. 혼란스러운 전반부를 지켜본 후 전도연이 스크린에 등장하는 그 순간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예상치 못한 큰 그림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덕분에 퍼즐 한 조각을 제 자리에 끼워놓는 그 순간의 짜릿함이 상당하다. 예측할 수 없는 전개는 상상하지 못했던 쾌감으로 변한다.
이 같은 독특한 구조와 전개 덕분에 영화가 먼저 공개된 해외 영화제에서는 이 영화를 롤러코스터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미국 매체 할리우드 리포터는 "다양한 요소들로 완성된 치밀하고 유려한 작품"이라고 평했고, 아시안 무비 펄스는 "한 가지 장르에 국한되지 않는 개성 넘치는 작품"이라고 전했다. 또 "재미있고 쿨하고 스릴 넘친다", "점점 더 복잡한 범죄의 거미줄 속으로 깊이 빠져든다"는 호평이 이어졌다.
그래서 흔한 범죄극이 아니다. 단순히 돈 가방을 놓고 쫓고 쫓기는, 그간 많은 작품에서 봐왔던 범죄 영화가 아니다. 색다르고 신선한 욕망의 범죄극이다. 이 영화를 탄생시킨 김용훈 감독은 "마치 릴레이 경주와 같은 이야기를 상상했다. 관객들이 어떤 방향으로 영화가 전개될지 예상하지 못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시작된 작품"이라고 말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포스터 박정선 기자 park.jungsun@jt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