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이 없는 곳에 영화도 없다. 비어버린 극장만큼 이젠 스케줄까지 텅 비었다. 코로나19를 피해갈 수 없는 것이 아닌,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은 영화계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이하 코로나19) 위기 경보가 심각 단계로 격상되고, 확산세 골든타임에 접어든 만큼, 분야를 막론하고 안전 예방에 만전을 기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대중 밀집 행사를 당분간 자제해 달라"는 정부의 권고에 영화계도 사실상 모든 일정을 전면 중단했다. 개봉을 예정하고 영화들은 고심 끝 연기를 결정했고, 연관된 행사들도 줄줄이 취소했다.
코로나19가 늦어도 3월 초까지는 소강 상태에 접어들 것으로 예측되면서 잠시 활기를 띄었던 영화계는 반전된 분위기에 모든 스케줄을 재검토하고 나섰다. 2월 초부터 '레미제라블: 뮤지컬 콘서트' '슈퍼스타 뚜루'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등 개봉 연기 이슈는 여러 건 있었지만, 질병관리본부의 지침 아래 버티고 버티면서 제작보고회, 언론시사회 등 취재진을 대상으로 한 행사들은 꾸준히 진행돼 왔던 것이 사실. 하지만 이마저도 그야말로 '올스톱' 됐다.
당초 2월 26일 개봉을 예정하고 있던 '사냥의 시간(윤성현 감독)'과 3월 5일로 개봉일을 확정지었던 '결백(박상현 감독)' '밥정(박혜령 감독)' 측은 지난 22일과 23일 개봉 연기 및 행사 취소 소식을 전달했다. 마지막까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각 영화의 배급사와 제작사는 영화와 관객 모두를 위해 결단을 내렸다.
개봉연기, 언론시사회 취소, 무대인사 및 상영 이벤트 취소 입장을 연이어 알린 '사냥의 시간' 측은 "제작진 및 관계자는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추가적인 피해를 최대한 방지하기 위해 부득이하게 개봉일을 연기하게 됐다. 25일 진행 예정이었던 언론시사회와 극장 무대인사, CGV무비팬딜 및 시사회, 극장 예매권을 포함한 모든 행사와 상영 등 이벤트도 취소한다"고 밝혔다.
'결백' 측 역시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언론·배급 시사회 및 일반 시사회 취소를 결정했다"며 이미 내정된 배우 인터뷰와 추가 스케줄도 모조리 캔슬 시켰다. '밥정' 측도 불가피한 상황 속 개봉일 연기에 동참했다.
24일에는 외화들도 나섰다. 개봉을 그대로 진행하되, 극장에서 진행하는 시사회는 취소한다는 게획이다. '인비저블맨' 측은 "25일 언론배급시사회는 취소하게 됐지만, 26일 개봉은 변동없다"고 알렸고, '비밀정보원: 인 더 프리즌' 측은 "27일 예정된 오프라인 언론배급시사회를 온라인 시사회로 변경한다", 디즈니 '온워드: 단 하루의 기적' 측도 "개봉일을 3월에서 4월로 연기한다. 25일 언론배급시사회 일정은 취소됐다. 추후 변동 사항은 재안내 드리겠다"고 전했다.
이들 영화들은 이구동성 "코로나19의 전국적 확산으로 그 위험성이 높아짐에 따라 만에 하나 있을 추가 피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함이다. '대중 밀집행사는 당분간 자제해달라'는 정부의 권고를 엄중히 따르고자 한다"며 "안전과 예방이 최우선적으로 선행되어야 하기에 너른 양해 부탁드린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상황이 호전되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새로운 개봉일과 행사 재개는 '미정'이다. 코로나19만이 그 답을 알고있다 봐도 무방하다. 코로나19 확진자의 극장 방문 경로가 파악되면 곧바로 폐쇄 및 방역 처리가 실시되고, 접촉자들의 자가격리도 뒤따르기에 더 큰 후폭풍을 감내하기 위한 조치는 단연 타당하다. 실제 몇몇 극장들이 운영 중단을 겪은 바, 각 극장들은 방역 조치를 최대치로 끌어 올리고 있다.
다만 관객수 급감은 받아들여야만 하는 현실이 됐다. 지난 1월부터 시작된 코로나19 여파에 극장은 8년만에 관객수 최저를 기록했고, 올해 2월은 10년만에 전체 극장 관객수 1000만 명을 넘기지 못할 것으로 파악된다. '클로젯' '정직한 후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등 2월 개봉작들은 대부분 손익분기점을 돌파하기 어려울 전망. 전통적인 비수기에 코로나19까지 덮치면서 2020년 2월 영화계는 최악의 기억과 기록을 남기게 됐다.
한편 영화 개봉 뿐만 아니라 시상식도 잠정 연기됐다. 2월 말 치러질 예정이었던 제56회 대종상영화제와 영화기자협회 주최 올해의영화상은 영기협 측은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날짜를 다시 잡는다. 영기협 측 관계자는 "착실하게 많은 준비를 했던만큼 아쉬움이 크지만, 눈에 보이지도 손에 잡히지도 않는 적(코로나19)이라 당국의 방침에 적극 협조하고자 한다. 기세가 한풀 꺽일 때쯤 가까운 날을 다시 잡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