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교체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24일 이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부에 대해 기피 신청서를 제출했다. 서울고법 형사 1부(정준영 송영승 강상욱 부장판사)가 편향적으로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담당 재판부가 권유해서 삼성이 설치한 준법감시위원회를 양형에 반영하겠다는 의지에 대한 반발의 의미로 풀이된다.
특검은 “재판부는 파기환송심 첫 공판에서 준법감시제도가 재판 결과와는 무관하다고 밝혔으나 이후 양형 감경 사유로 삼겠다는 점을 명확하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비교법적인 근거가 전혀 없고, 미국에서도 경영자 개인이 아닌 기업에만 제한적으로 적용되는 기준”이라고 비판했다. 또 특검은 양형 증거로 제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사건 등의 기록은 채택하지 않은 점도 문제로 삼았다.
특검은 “양형 사유 중 특검이 제시한 가중요소는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감경요소에 해당하지도 않는 준법감시위에 대해서만 양형심리를 진행해 이재용 부회장 등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하겠다는 재판장의 예단을 분명히 드러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특검은 “재판장이 '피고인 이재용은 강요죄의 피해자'라는 프레임에 묶여 있는 것이 아닌지 의문이다. 그렇다면 '승계작업에 대한 부정한 청탁'과 '적극적 뇌물성' 등을 인정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취지에 정면으로 반하는 위법한 재판 진행”이라고 덧붙였다.
법조계 관계자들도 “재판부가 이례적으로 제시한 준법감시위 설치 권유부터 집행유예를 염두에 뒀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재판부가 준법감시위에 양형 여부를 전면 재검토한다며 파기환송심의 심리기일까지 연기했지만 이 역시도 ‘시간 끌기’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재판부 편파 진행에 대한 국회의원 43명, 민주노총, 참여연대, 교수·법조인 348명도 비판 성명을 내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편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법관이 불공평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을 경우’ 재판부를 교체해달라는 기피를 신청할 수 있다. 법원은 기피 신청 자체에 대한 재판을 따로 열어야 한다. 또 기피 신청 사건은 별도 재판부에서 심리하고, 진행 중이던 원래 재판은 중지된다. 이로써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도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