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한국을 뒤덮은 가운데 가장 큰 피해를 보고있는 지역은 대구광역시다.
신천지교회 사태로 인해 기하급수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들이 늘어났고, 25일 오전 9시 기준으로 전체 확진자 893명 중 대구가 499명으로 가장 많다. 여기서 끝나지 않고 이제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대구시는 시민들에게 외출 자제, 이동 자제 등을 요청하며 확산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구의 파장은 대구를 연고로하는 프로스포츠 구단에도 영향을 미쳤다. 한국 프로축구 K리그 개막을 앞둔 상황에서 K리그1(1부리그) 인기팀 대구 FC가 직격탄을 맞았다. 대구는 오는 29일 강원 FC와 홈 개막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개막전이 연기됐다. 이어 대구 지역 코로나19 확진자 확산으로 인해 역사상 처음으로 K리그 일정 전체가 잠정 연기됐다. K리그 모든 클럽과 팬들이 아쉬운 상황. 대구는 특히 그렇다. 지난 시즌 K리그 최고 흥행팀으로 우뚝 선 대구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개장한 대구의 홈구장인 DGB 대구은행파크는 흥행 돌풍을 일으키며 K리그의 새로운 트렌드가 됐다. 평균 1만734명을 기록하며 FC 서울, 전북 현대에 이은 흥행 3위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전년대비 무려 305.1% 상승했다. 이런 흐름을 2020시즌에도 이어가고자 대구는 엄청난 노력을 쏟아부었다. 더욱 기대감이 높아진 대구의 첫 경기였다. 홈 개막전에 많은 공을 들였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역습으로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지금 대구의 상황은 어떨까. 어떻게 이를 극복할 준비를 하고 있을까. 25일 조광래 대구 대표이사와 어렵게 연락이 닿았다. 조 대표는 "대구는 코로나19로 인해 정신이 없다. 워낙 전화가 많이 오고, 나 역시 전화 받기도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축구인 조광래. 그렇지만 그에게도 이런 경험은 처음이다. 당황스럽고 혼란스럽다. 조 대표는 "이런 경험은 처음이다. 나 뿐만 아니라 모두가 처음이다. 대구의 상황에 걱정이 많다. 대구시가 시민들에게 이동을 자제하라고 요청을 한 상황이다. 그래서 대구 직원, 선수단 모두 일체 움직이지 않고 있다. 나 역시 움직이지 못한다. 밖에 나가지도 못해 계속 사무실에 있다. 이런 일은 정말 처음이다. 언제 끝날 지 모르니 걱정이 앞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의 대표자 회의 그리고 긴급 이사회 때도 조 대표는 참석하지 못했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것이다. 자신으로 인해 괜한 오해를 사는 것도 미리 차단했다. 조 대표는 "연맹에서 회의할 때도 서울로 올라가지 못한다고 양해를 구했다. 혹시나 대구에서 올라온 나 때문에 오해가 생길 수도 있고, 나로 인해 불편한 느낌을 가지는 이도 있을 것 같아서였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대구의 홈 개막전 연기와 K리그 전체 일정 연기를 오히려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그는 "홈 개막전 연기는 대구가 연맹에 공식적으로 공문을 보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축구 경기를 할 수 있겠나. K리그 전체 일정 연기도 마찬가지다. 지금 상황에서는 전체적으로 다 미루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 축구 경기도 상황이 안정이 되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엄청난 공을 들인 홈 개막전의 연기. 조 대표는 아쉽지 않다. 홈 개막전은 다시 준비하면 된다. 그 전에 대구의 상황이 빨리 안정되기를 바랄 뿐이다. 조 대표는 "홈 개막전 준비는 많이 했다. 하지만 아쉬움 이전에 걱정이 앞선다. 솔직이 지금은 아쉬움도 없다. 대구 시민들이 고통 받고 있는 상황을 생각하면 빨리 안정을 찾는 것이 최우선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구의 홈 경기를 하지 않는 게 맞다고 판단을 했다"고 설명했다.
더 큰 사태를 막기 위해 대구 선수 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다. 코칭스태프, 대구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조 대표는 "다른 지역도 아니고 대구에서 확진자들이 많이 나오고 있어 걱정이 많다. 선수들은 클럽하우스에 있다. 밖으로 절대 나가지 못한다. 이 안에서 훈련 등 모든 것을 소화하고 있다. 매일 열체크, 몸상태 등을 철저히 하고 있다. 클럽하우스 입구에는 열화상 카메라를 구입해서 설치해 놨다. 마스크도 충분히 구매해 놓은 상태다. 이곳으로 들어오는 손님들도 모두 체크하고 있다. 대구 클럽하우스나 사무실 등에 방문하려는 이들에게는 최대한 진정국면에 접어들 때까지 자제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조 대표는 희망을 제시했다. 많은 이들이 대구시와 대구 구단을 응원하고 있다. 조 대표는 "주변에서 많은 응원을 받고 있다. 힘을 내야지. 힘을 내서 이겨내야지. 대구 시민, 대구 선수, 대구 직원 모두 힘을 함쳐, 똘똘 뭉쳐서 극복해 내겠다. 선수들과 직원들에게도 이렇게 항상 말하고 있다. 대구가 하루빨리 안정되기를 바란다"고 간절함을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