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공포가 스포츠계 전반에 번지고 있다. 특히나 동북아 삼국(한·중·일) 프로스포츠에서 뛰는 외국인 선수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하는 분위기다.
국내 프로농구에서 외국인 선수 무단이탈 첫 사례가 나왔다. KT 미국인 선수 앨런 더햄(32)이 코로나19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하며 소속팀에서 자진 퇴단해 27일 미국으로 돌아갔다. 더햄이 도망치듯 한국을 떠난 건 외국인 선수의 공포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프로농구의 외국인 선수들은 어울려 지내며, 한데 모여 정보도 공유한다. KT 관계자는 “바이런 멀린스(31)도 ‘코로나19 때문에 뛰고 싶지 않다’고 의사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고양 오리온의 보리스 사보비치도 한국을 떠나게 됐다. 프로축구 분위기도 비슷하다. 한 지방 연고 팀 관계자는 “최근 팀 내 브라질 선수들이 ‘코로나19 때문에 가족이 걱정된다. (가족을) 당장 고향으로 돌려보내야 하나’ 물어와 난감했다”고 털어놨다.
코로나19 ‘발원지’ 중국의 프로축구도 비상이다. 리그 개막은 4월 이후로 미뤘고, 많은 구단이 해외 전지훈련 일정을 연장해 귀국을 미루는 상황이다. 외국인 선수 이탈도 가시화됐다. 창춘 야타이 소속 공격수 리차리오 지브코비치(24·네덜란드)는 코로나19를 이유로 “중국에 돌아가지 않겠다”며 버텼다. 결국 구단은 지난달 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구단인 셰필드 유나이티드에 임대 선수로 보냈다. 영국 데일리 메일은 “마르코 아르나우토비치(31), 오스카(29·이상 상하이 상강), 무사 뎀벨레(33·광저우 푸리), 마루앙 펠라이니(33·산둥 루넝) 등 중국에서 뛰는 외국인 스타들이 가능한 한 빨리 중국을 벗어날 방안을 강구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중국·한국에 이어 동북아 삼국 중 가장 늦은 25일 프로축구 일정을 연기한 일본 J리그도 ‘외국인 선수 이탈’을 우려하고 있다. 도쿄스포츠는 26일 “코로나19로 J리그 일정이 늦춰진 만큼, 전 스페인 국가대표 안드레스 이니에스타(36) 등 외국인 선수의 탈일본 러시가 곧 시작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일본 공영방송 NHK에 따르면 26일까지 일본 내 코로나19 확진자는 891명이다. 조만간 1000명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일본 내 외국인 선수의 공포감도 커지는 분위기다. 이달 초(9일) FC도쿄의 브라질 선수 아르투르 실바(24)는 “지하철도 맘 편히 타지 못하는 상황을 계속 견딜 수는 없다. 코로나19 관련 상황이 악화하면 미련 없이 일본을 떠나겠다”고 말했다. J리그 관계자들은 무엇보다 우려하는 건 2011년 동일본대지진 직후와 비슷한 분위기가 재연될까 하는 점이다. 당시 여진 가능성과 방사선 누출에 대한 우려 때문에 일본 프로야구와 J리그의 외국인 선수들이 대거 일본을 떠났고, 리그 분위기는 심각하게 침체했다.
특히 연봉 300억원인 ‘특급 스타’ 이니에스타가 코로나19를 이유로 일본을 떠날 경우 도쿄올림픽에 미치는 악영향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다. 이 때문에 일본 정부와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는 전전긍긍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악화하면서 도쿄올림픽을 향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시선도 예전과 달라진 분위기다. 딕 파운드(78·캐나다) IOC 위원은 26일 “코로나19 때문에 도쿄올림픽을 치르기 어렵다면, 대회를 연기하거나 개최지를 바꾸기보단 취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발언했다. 이로 인해 올림픽조직위가 발칵 뒤집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