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순위 싸움 마지막 경쟁에 불이 붙었을 막바지 정규리그가 '올 스톱'됐다. 덜컥 멈춰선 프로농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인해 4주 간의 '강제 휴식'에 들어갔다.
KBL은 2일 긴급 이사회를 통해 오는 28일까지 정규리그를 중단하기로 결정하고 다음날인 3일, 정규리그 재개 후 일정을 발표했다. 새로 바뀐 일정에 따르면 정규리그는 29일 재개해 4월 28일에 끝난다. 리그 중단 이전 일정으로는 31일에 정규리그가 끝날 예정이었기 때문에 예정보다 약 1개월 정도 정규리그 종료가 늦춰진 셈이다. 이에 따라 플레이오프도 기존의 6강, 4강전 5전 3승제와 챔피언결정전 7전 4승제를 축소해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KBL에서는 3전 2승제와 5전 3승제 또는 단판 승부와 3전 2승제로 치르는 방안 등을 검토할 예정이며, 상황이 호전되면 각 구단과 협의해 리그 재개 일정을 앞당길 방침이다.
지난달 29일, 전주 KCC 선수단이 이용하는 숙소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서 잠정 중단에 들어간 프로농구는 뜻하지 않게 4주 간의 휴식기를 맞이하게 됐다. 국가대표 휴식기를 마치고 무관중으로 리그를 재개한 지 채 닷새만에 다시 휴식기를 맞이하게 된 10개 구단은 머리가 복잡하다. 일단 선수들에게 휴식을 주고, 대부분의 선수가 집으로 돌아가 자체적으로 건강 관리를 하며 보내게 했다. 훈련 재개 일정은 구단마다 다르다. 한창 선두 싸움을 벌이던 서울 SK와 안양 KGC인삼공사처럼 긴 휴식 대신 훈련으로 시간을 보내는 팀들도 있고, 일주일에서 길게는 2주 가까이 휴식을 주며 선수들의 컨디션을 조절하는 구단들도 있다. 4주간 중단으로 결정되긴 했으나 상황이 호전될 시 리그가 일찍 재개될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언제쯤 잦아들지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갑작스러운 휴식을 얻게 된 선수들이나 구단 모두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휴식기라곤 해도 사실상 자가격리 수준으로 개인 위생과 건강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하는 만큼 선수들이 마음 놓고 쉴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긴장감을 높이고 집중력을 끌어올려야 할 시점에 브레이크가 걸리면서 컨디션 조절도 쉽지 않아졌다. 그래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선수들도 있다. 무관중 경기라곤 해도 감염의 위험성을 100% 차단할 수 없는 만큼, 가족이 있는 선수들의 경우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구단은 구단대로 고민이 많다. 선수들의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연기된 리그 일정에 따라 팀 운영 방안을 마련하느라 고심하고 있다. 경기장 대관 일정부터 외국인 선수 계약 문제까지 해결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리그 일정이 연기되면서 선수들과 계약 기간 역시 늘어나 이 부분에 대한 처리가 필요하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외국인 선수들의 불안이 가중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부산 kt의 외국인 선수 앨런 더햄과 바이런 멀린스, 고양 오리온의 보리스 사보비치가 코로나19를 이유로 자진 퇴출을 결정, 팀을 떠나면서 다른 구단의 외국인 선수들 사이에서도 동요가 있었다. 끝까지 팀에 남겠다는 뜻을 전한 선수들도 있지만 떠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선수들도 있다. 한 구단 관계자는 "선수들이 불안해하는 것을 잘못이라고 할 수는 없지 않나"며 한숨을 쉬었다. 4주 간의 휴식기가 끝난 뒤 리그가 재개됐을 때, 각 팀의 외국인 선수 지형도가 어떻게 변해있을지 모르는 상황이다. 그러나 현재로서 구단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그저 코로나19가 빨리 잠잠해져 하루 빨리 무탈하게 경기를 치를 수 있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