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들이 앞다퉈 배송 서비스에 힘을 주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소비자들이 외출 자체를 꺼리는 데다 기업들의 재택근무 확대, 초·중·고 개학 연기 등이 맞물리면서 식재료와 생활필수품의 온라인 주문량이 늘고 있어서다. 이참에 점포의 물류 거점화를 통한 주문 후 최단 1시간 내 상품 배달을 마쳐 쿠팡 등 e커머스(전자상거래)의 공세를 꺾어보겠다는 전략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는 최근 경기도 수원의 중계·광교점을 온·오프라인을 통합한 '디지털 풀필먼트스토어'로 리뉴얼하고, 이달 말부터 '바로 배송' 서비스를 시작한다.
디지털 풀필먼트스토어는 온라인 쇼핑과 오프라인 매장이 합쳐진 '옴니채널' 형태를 띠는 것이 특징이다.
여느 대형마트처럼 매대에 상품을 진열해서 판매하는 것은 같다. 매장 인근에서 배송 주문이 들어오면 물건을 가져다주는 것도 비슷하다.
차이는 온라인 주문을 다루는 시스템에 있다. 기존 매장에서는 온라인 주문을 취합, 하루 7차례 나눠서 가져다줬다. 그렇게 해야 배송 효율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풀필먼트스토어는 주문과 동시에 물건이 담긴다. 전담 직원이 매대에 있는 상품을 트레이에 담아 올려주면, 매대 위에 달린 레일에 트레이가 실려 이동한다. 온라인 주문이 잦은 350여 개 상품은 창고에서 곧바로 트레이에 실린다. 이렇게 주문 상품을 다 합친 뒤 배송 직전까지 걸리는 시간은 30분 이내다.
롯데마트는 배송 시간을 합쳐 이르면 1시간, 늦어도 1시간 30분 안에 서비스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주문 가능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 30분까지다. 매장 인근 5㎞ 안에 거주해야 한다. 롯데마트는 이 같은 매장을 9곳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홈플러스는 지난 2018년 인천 계산점을 시작으로 온라인 물류 기능을 업그레이드한 '점포 풀필먼트 센터'를 차세대 전략으로 내세웠다. 또 전국 140개 점포를 온라인 물류센터로 전환해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올라인' 플레이어가 되겠다고 선포한 바 있다.
홈플러스는 계산점에 이어 안양점과 원천점도 풀필먼트 센터로 리뉴얼했다. 기존 10명 수준이던 피커(장보기 전문 사원)는 40여 명으로 늘렸다.
또 홈플러스는 기존 5km였던 배송 반경도 15km 수준으로 확대하고, 피커 및 배송 트럭 등 관련 역량도 확충해서 일 배송 건수를 3000건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2018년 6000억원 수준이었던 온라인 사업 매출액을 오는 2021년까지 2조3000억원까지 상승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이마트는 경기도 용인과 김포에 위치한 3곳의 첨단 물류센터 '네오'와 함께 서울·수도권 외 지역에서는 전국 158개 점포 중 100여 곳의 점포에서 직접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롯데마트, 홈플러스와 마찬가지로 일반 매장과 유사한 환경에서 직원이 직접 돌아다니며 물건을 담는 방식으로 물량을 처리하고 있다.
다만 대형마트들의 이 같은 배송 서비스가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당장 정부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르면 대형마트는 문을 닫는 자정부터 다음날 오전 10시까지 점포 배송을 할 수 없어 '새벽 배송' 자체가 불가능하다. '월 2회' 의무휴업도 따라야 한다. 만약 고객이 의무휴업일에 온라인 주문을 넣으면 그 다음 날 배송을 받아야 한다.
또 최근 대형마트 온라인 배송기사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인력충원 및 처우 개선 등을 요구하는 등 관련 움직임도 현실화되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