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범 U-23 대표팀 감독. 대한축구협회 예상치 못했던 암초다. 2020 도쿄 올림픽을 향해 출항을 앞두고 있던 김학범호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김학범(60) 감독이 이끄는 한국 23세 이하(U-23) 남자 축구대표팀의 3월 평가전 계획이 취소됐다. 대한축구협회(KFA)는 8일 "3월 A매치 기간 추진했던 U-23 남자 올림픽 축구대표팀 평가전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취소됐다"고 밝혔다. 2012 런던 올림픽 남자 축구 동메달 이후 또 한 번 '사고'를 칠 준비를 하고 있던 김학범호에는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당초 김학범호는 7월 개막 예정인 도쿄 올림픽 전까지, 3월과 6월 A매치 기간을 최대한 활용해 평가전을 치르며 실전 감각을 끌어올릴 계획이었다. 이를 위해 3월 A매치 기간 동안 남아프리카공화국, 코트디부아르와 평가전을 치르는 방안을 추진 중이었다. 남아공과 코트디부아르가 오는 27일과 30일, 일본 U-23 대표팀과 평가전을 치를 계획이었기에 기간을 맞춰 경기를 치르려던 것. 그러나 전세계적으로 확산 중인 코로나19가 김학범호의 평가전 계획에 초를 쳤다. 선수단 안전 문제를 들어 남아공이 일본 원정을 거부했고, 이에 지난 6일 일본축구협회(JFA)가 남아공-코트디부아르와 평가전이 취소됐다고 발표하면서 김학범호와 평가전도 무산됐다.
1월 태국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세계 최초로 9회 연속 올림픽 본선행을 확정지은 김학범호는 다음 목표인 도쿄 올림픽 동메달 이상의 성적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다하려던 참이었다. 김 감독은 AFC U-23 챔피언십이 끝난 뒤 "기록은 깨지라고 있는 것"이라며 한국 남자 축구의 올림픽 역대 최고 성적인 런던 올림픽 동메달 이상의 성적을 내겠다고 호언했다. 선수들 역시 김 감독의 리더십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사고' 한 번 쳐보자는 각오가 남달랐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되면서 계획에 차질이 빚어졌다.
3월 평가전이 무산된 이상 김학범호는 올림픽 개최 한 달 전인 6월 A매치 기간에 평가전을 치러야 한다. 두 번의 평가전을 강팀과 치른다 하더라도 팀의 완성도를 점검하기엔 아쉬움이 남는다. 더구나 코로나19 여파로 K리그 개막 일정이 연기되면서 선수들의 실전 감각 역시 장담하기 어려워졌다. 만약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돼 개막이 더 늦어지고, 경기 수에 변동이라도 생길 경우 U-23 대표팀 주력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나설 시간도 더 줄어들 수 있다.
야심차게 세웠던 3월 평가전 계획이 무산돼 곤란한 건 일본도 마찬가지다. 개최국으로서 일찌감치 '도쿄올림픽 세대'를 중심으로 금메달 프로젝트에 돌입했던 일본은 코로나19 여파로 자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의 이점을 살리지 못할 상황에 빠졌다. 모리야스 하지메 일본 U-23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은 "2경기 모두 취소돼 괴로운 마음이다. 선수들과 팀을 중심으로 최선의 방법을 모색하며 진행해나가겠다"고 얘기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닛칸스포츠의 보도에 따르면, JFA가 5월 17일부터 19일까지 일본 후쿠시마현의 국가대표 훈련시설인 J빌리지에서 실시하기로 했던 국내파 합숙도 취소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인해 J리그 일정이 연기된 탓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목전으로 다가온 도쿄 올림픽이 과연 무사히 개최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지금도 코로나19로 인해 도쿄 올림픽 연기·취소설이 쉼없이 제기되고 있다. 사상 초유의 '무관중 올림픽'으로 치르자는 의견까지 나온 가운데, 코로나19가 판데믹(전염병 대유행) 단계에 접어들 경우 대회 개최 여부도 불투명해질 수 있다. 한 치 앞을 모르는 상황 속에 올림픽만 보고 달려온 김학범호의 속은 타들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