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는 지난 7일까지 36일 동안 진행된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를 마치며 주장 유한준을 MVP로 선정했다. 현장과 프런트들의 지지를 받았다. 구단은 "캠프 기간 내내 주장으로 솔선수범하며 리더십을 발휘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자체적으로 선정하는 캠프 MVP다. 대체로 기 살리기와 동기 부여가 목표다. 연습 경기에서 남긴 숫자보다는 훈련에 임하는 자세가 평가 기준이 된다. 젊은 선수, 1.5 선수가 주로 선정된다는 얘기다.
KT도 훈련 성과가 좋은 선수들도 따로 선정해 의미를 부여했다. 우수 야수상은 포수 허도환과 내야수 박승욱과 천성호가 선정됐다. 우수 투수상은 지난 시즌 KT의 5할 승률을 이끈 김민수와 김민 그리고 신인투수 소형준이 수상했다. 이강철 감독은 "운동하는 마음가짐이나 분위기, 자세 등을 고려해서 모두에게 MVP를 주고 싶다"고도 했다.
그러나 유한준이 무탈한 캠프 종료와 팀 단합력 향상이라는 대의를 추구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했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었다. 강한 신뢰를 받는 리더에게 상까지 준 KT의 선택. 뻔하지 않았기에 주목받았다.
유한준의 영향력은 그만큼 크다.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팀 내 중고참 황재균(33)에게 "이제 팀 주장을 해야 할 시기가 되지 않았느냐"라고 묻자 그는 "맞는 말이다"면서도 "그런데 KT는 (유)한준이 형이 종신 주장이시다"며 웃었다. 실력, 인기를 갖춘 선수도 그를 따르는데 주저가 없다.
모범적인 선수 생활로 귀감이 되고, 꾸준히 좋은 성적으로 실력을 증명한 선수다. 특유의 차분하고 부드러운 성향은 팀 분위기 형성에 영향을 미쳤다. 유연하면서도 정도를 지키는 선후배 관계가 만들어졌다. 무엇보다 지도자, 프런트와의 가교 역할을 잘해냈다. 이강철 감독뿐 아니라 이숭용 단장도 그를 가교 삼아 소통한다. 이 감독은 타순 변화처럼 자신의 고유 권한에 관해서 주장의 의견을 듣는다. 이 단장도 선수단을 향한 당부를 대신 전한다.
2018시즌 신인왕 강백호(21)처럼 실력은 있지만, 경험이 더 필요한 선수에게는 살아 있는 교과서다. 강백호도 "옆에서 보면 놀랄 때가 많다"고 했다. 새 외인 오드사리머 데스파이네는 "다른 외인 외 가장 잘 챙겨 선수는 주장이다"고 말했다. 모두에게 큰 의미다. 유한준은 어느덧 한국 나이로 40살이다. 세월과 맞서야 하기에 자신에게만 집중해도 부족하다. 그러나 그는 팀원을 이끌고 간다.
유한준은 "팀이 나에게 바라는 점이 무엇인지 잘 알기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며 "나이가 들었다고 달라진 점은 없다. 계획된 준비 속에 시즌을 준비하겠다"고 했다. 이어 지난 시즌 창단 최고 승률(0.500)을 기록하며 1군에 걸맞은 팀으로 거듭난 KT의 도약을 목표로 내세웠다. "팬들께서 기대하는 가을 야구라는 결과를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말이다.
코로나 정국 탓에 2020시즌 개막이 연기됐고, 각 구단은 국내에서 3차 캠프를 시작한다. 어수선한 상황. 유한준의 리더십은 더 빛날 전망이다. KT와 최고령 주장의 행보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