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여파로 전 세계 영화 시장이 꽁꽁 얼어붙은 가운데, 디즈니, 그 중에서도 마블의 계획은 변함없이 꿋꿋하다. 예비 관객들 역시 "마블만 기다리고 있다"며 오매불망 애정을 표하고 있는 상황. 마블의 시간은 마블의 시계에 따라 흘러가고 있고, 좋은 타이밍도 마블이 등판하는 그 순간이다. 세계 영화시장을 움직이며 '흥행 끝판왕'이라 불리는 기승전 마블. 코로나 전쟁 속 구원투수가 되어 줄지 모든 이목이 쏠리고 있다.
디즈니·마블 스튜디오는 9일(현지시간), 오는 5월 1일 개봉을 확정지은 '블랙 위도우' 메인 포스터와 예고편을 공개했다. 앞서 '007 노 타임 투 다이' 등 할리우드 대형 영화들이 상반기에서 하반기로 계절을 뛰어넘는 개봉 연기를 공표하면서 '마블도 움직이지 않을까' 관심을 모았던 상황. 하지만 최소 3년의 계획을 잡고 움직이는 마블 라인업 특성상 하나가 흔들리면 전체가 흔들리는 타임라인에 마블 측은 코로나19 사태와 상관없이 개봉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실제 '블랙위도우'를 하반기로 넘긴다 해도 11월에는 '이터널스'가 버티고 있다. 6월~8월 여름시장도 각 달마다 '소울' '정글 크루즈' 'The one and only ivan' 등 디즈니 금수저를 문 개봉 예정작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물론 마블은 제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디즈니는 코로나19에 한번 무릎을 꿇었다. 3월 개봉 예정이었던 픽사 '온워드: 단 하루의 기적'과 오리지널 실사화 '뮬란' 개봉을 잠정 연기한 것.
다만 이 또한 북미 일정은 건드리지 않은 결과다. 시기에 따른 흥행 결과도 결국 그 영화의 운명이라는 듯 디즈니는 시장에 끌려다지는 것이 아닌, 이끄는 모양새를 보이며 가장 큰 시장만큼은 지켜내려 노력 중이다. 지난 6일 북미에서 개봉한 '온 워드: 단 하루의 기적'은 약 4000만 달러(한화 약 476억원) 오프닝을 기록했고, '뮬란'은 27일 첫 선을 보인다.
이에 따라 코로나19의 영향을 가장 적게 받는 영화는 어쩔 수 없이 디즈니가 될 것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3월 지옥을 버틴 후 4월 기지개를 켜고, 5월 흥행 회복의 첫 단추를 '블랙 위도우'가 채워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화제성과 흥행성을 싹 쓸어갈 것이라는 평. "5월까지는 어느 정도 안정화가 돼야 마땅하다. 더 지속되면 영화계 뿐만 아니라 전 세계 경제가 망한다"는 희망도 내포된 예측이다.
때문에 '블랙 위도우'는 극장과 예비관객 모두가 기다리는 작품이 됐다. 어벤져스 원년 멤버로 활약한 블랙 위도우의 첫 솔로 무비,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부터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사이의 알려지지 않은 블랙 위도우의 이야기, '캡틴 마블'을 잇는 여성 히어로 솔로 무비 등 '블랙 위도우'를 둘러싼 모든 것이 기대치를 치솟게 만드는 상황에서, 관객들은 그간 극장을 찾지 못했던 답답함을 '블랙 위도우'에 쏟아내고 극장은 빠르게 수익을 높일 수 있는 절호의 찬스다.
문제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시기에도 마블 영화의 눈치는 꼬박꼬박 챙겨봤던 다른 영화들이다. 2월~3월 개봉을 예고했던 영화들이 대부분 개봉을 포기한데다가 5월 초는 마블이 붙박이 자리를 지키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망망대해에 둥둥 떠 있는 영화들에겐 4월이라는 대책 밖에 남지 않았다. 앞 뒤 경쟁을 모두 따지며 최악의 실패를 피하기 위한 최선의 결정을 내려야 한다.
한 관계자는 "'007 노 타임 투 다이'가 밀리면서 '마블도 다른 시장을 노려주면 내심 고맙겠다' 생각했는데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 같다"며 "현재로써는 4월 내 대거 개봉이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이고 극장가는 전례없는 포화 상태를 맞이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그만큼 관객들이 극장을 찾아줄지는 미지수다. '지긋지긋한 코로나19'라는 말을 달고 살게 된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