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월화극 '방법'은 단어의 의미조차 몰랐던 사람들에게 새로운 뜻을 알려줬고 신선한 소재에 영화화와 시즌제까지 원 소스 멀티유즈다.
이 기괴한 '방법'의 대본은 1156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영화 '부산행' 연상호 감독이 썼다. 드라마에선 정확히 연상호 작가다. 시청률 2.5%로 시작해 종영을 2회 앞두고 6.1%까지 올랐다. 드라마의 시작과 끝, 다음에 대해 연상호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방법' 그 시작이 궁금하다. "어렸을 때 할머니와 같이 살아서인지 나에게 '방법'이라는 단어가 생소하지 않았다. 정확히 기억 나지 않지만 어렸을 때 전래동화 같은 내용에서 물건을 훔쳐간 아이를 겁주어 자백하게 하려고 '방법'을 하려고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 또한 어렸을 때 봤던 사극에서도 '방법'이라는 단어가 심심치 않게 나왔던 기억이 있어서 자연스럽게 대해 알고 있었다."
-특별히 '방법'이 기억에 남은 이유는. "어렸을 때 들었던 이야기에서 '손발이 오그라진다'는 단어가 흥미로웠다. '손발이 오그라지는 건 어떤 걸까?' 상상이 잘 되지 않아서 그 단어에 흥미를 가졌다. 이후 여러가지 소재를 생각할 때 흥미를 끌었다. 오히려 드라마를 쓰려고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그 의미가 잘 나오지 않아 의아했다."
-'방법'은 오컬트면서 장르물이다. "드라마 대본을 쓰면서 무속과 오컬트, 추리형식과 히어로를 섞은 독특한 장르의 드라마를 쓰고 싶었다. 때마침 '방법'이 떠올랐다. 아이템을 생각할 때 이렇게 '제목과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맞춤이다'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소재를 알게 된 후 고증은 어떻게 거쳤나. "의외로 한국 무속에 대한 자료가 없어 처음에 좀 당황했다. 사실 국회도서관에서 무속·민속학에 관한 논문이 몇 개 있어서 그것들을 출력해 읽었다. 한 달 정도 논문을 읽으면서 보냈다. 논문을 읽으면서 재미있는 것이 많이 나와서 극본에도 많이 반영했다. 예를 들면 '아미동에 일본인 공동묘지가 있어서 일본 귀신이 토착화됐다'는 대목도 논문에서 읽은 내용이다."
-실제 무속인을 만났나. "실제 무속인을 만난 건 무속자문 팀이 처음이다. 한국의 무속이 갖고 있는 이미지에는 늘 흥미가 있었다. 도시 뒤편에 빽빽하게 자리잡고 있는 무속의 이미지들이 늘 마음을 잡아 끌었다."
-해외에도 이런 사례가 있나. "대본을 쓰면서 아시아 및 다른 나라에도 흥미를 잡아 끄는 무속 이미지가 많다는 것을 알았다. 특히 인도네시아 쪽은 다른 이름의 주술이 굉장히 많더라. 영화에서는 한국 뿐만 아니라 아시아의 다른 주술이 굉장히 중요한 소재로 쓰인다."
-흔히 말하는 스타 캐스팅은 아니었지만 성공적이었다. "캐스팅은 연출을 맡은 김용완 감독의 의견을 많이 따랐다. 초반 기획 당시 임진희를 두고 엄지원 씨를 가장 먼저 떠올렸다. 선과 악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하는 임진희라는 인물에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전체의 극을 안정적으로 이끌어갈 선장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행히 김용완 감독도 내 의견에 동의해 이견없이 캐스팅이 진행됐다. 엄지원 씨도 대본을 읽고 바로 출연을 결심해주셔서 운이 좋았다."
-성동일(진종현)의 악귀 연기도 굉장하다. "진종현은 어찌보면 평범한 사람이면서 어떨 때는 소름끼치는 악귀 인물이다. 사실 굉장히 어려운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제작사에서 성동일 이야기가 나왔을 때 '과연 이 역할을 할까'라고 생각했다. 성동일 씨가 역할을 수락했다고 했을 때 정말 기뻤다.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는 베테랑인 성동일 씨가 이 드라마에 참여하시면서 드라마의 격이 달라졌다고 생각한다. 촬영된 편집본을 볼 때마다 나조차도 놀랐다. 확실히 내가 쓴 극본과 다른 훨씬 풍성하고 입체적인 진종현이 완성됐다는 느낌을 받았다. 성동일 씨는 마치 만능 맥가이버 칼 같은 연기자다."
-조민수의 굿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진경 도사는 프리 프로덕션을 할 때부터 큰 이슈였다. 개인적으로 무척 애착이 가는 인물이고 극 초반을 이끄는 강력한 존재였다. 조민수 씨의 진경 도사는 앞으로도 한국 드라마사에 많이 언급이 될 것 같다. 조민수 씨의 열정은 상상초월이었다. 사람들이 많이 이야기하는 롱테이크 굿신은 말 그가 만들어낸 장면이다. '저러다 진짜 신들리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4회가 넘어가면서 내용이 늘어진다는 평도 있었다. "기획하면서 초반에는 직관적으로 흥미를 끌 수 있는 조민수와 정지소(백소진)의 대결 구도를 중심적으로 보여주자였다. 그리고 성동일의 음모를 엄지원이 파헤치는 과정을 퍼즐 형태로 가져가자는 계획이었다. 초·중반까지 직관적인 대결을 중심으로 가져가지만 후반부 성동일의 음모를 퍼즐 형태로 배치해서 중반 이후를 이끌어내려는 계획이었다. 앞으로 종영까지 그동안 의미없이 펼쳐져 있던 퍼즐들이 하나 둘 맞춰지고 최종장에 거대한 대결이 펼쳐진다."
-영화화가 결정됐다. "영화에서는 기존 캐릭터들이 대거 등장하고 새로운 인물도 나온다. 드라마와 전혀 다른 스타일의 오컬트 스릴러로 만들어 보려고 준비 중이다. 드라마와 마찬가지로 연출은 김용완 감독이다."
-충분히 시즌제가 가능한 소재인데. "제작사와 이야기 중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스케줄이 나온 것은 아니다. 배우들 모두 이번 드라마 작업을 즐겁게 한 덕분에 이후 시즌에 대해서도 긍정적이다. 너무 급하지 않게 단단한 이야기를 준비해서 시즌을 이어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