앓는 소리는 유난으로 여겨질 수 있다. 코로나19 감염 상황이 진정세로 돌아설 조짐을 보이는 것도 전 국민이 난국을 헤쳐 나가기 위해 합심(合心)하며 좋은 기운을 발산했기에 가능했다. 야구계도 긍정적인 자세로 이 시국을 대처해야 한다.
KT 주장 유한준(39)은 "이런 경험은 처음이지만 개막은 하게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규리그 개막 날짜가 정해지지 않은 채로 시즌을 준비하는 낯선 경험을 하고 있지만, 프로다운 자세로 대처하겠다는 의지다.
현장은 이 시국으로 생긴 난제를 현실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선수들은 4월 중순을 목표로 몸 상태를 끌어 올리고 있다. 일단 몸 상태를 100%로 끌어올린 뒤 유지할 생각이다. 감독, 코치, 프런트도 대응 방향을 여러 갈래로 두고 훈련을 지도하고 지원한다. 자체 청백전만 소화할 수 있기 때문에 실전 감각 저하는 우려된다. 그러나 '모든 팀이 같은 조건이다'는 공감대도 형성됐다.
위안으로 삼을 수 있는 지점도 있다. 부상을 당한 뒤 재활기에 있던 선수는 완벽한 회복에 다가설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 그 가운데는 각 팀 주축 선수도 있다. NC 간판타자 나성범(31)이 꼽힌다.
그는 지난 시즌에 오른 무릎 십자인대와 연골판이 파열되는 큰 부상을 당했다. 미국 애리조나에서 진행된 NC의 스프링캠프는 정상적으로 소화했다. 타격은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순간적으로 힘을 써야 하는 수비와 주루는 완벽하지 않다. 이동욱 NC 감독도 시즌 초반에는 나성범을 지명타자로 활용할 계획을 전했다.
날씨가 더 따듯해진 뒤, 부상 재발 가능성을 낮춘 상태에서 수비를 내보낼 생각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개막이 연기됐다. 나성범이 주포지션 소화할 수 있는 경기가 많아졌다는 의미다. 지명타자에 각 포지션 주전을 제외하고, 타격 능력이 가장 좋은 선수가 들어가면 공격력이 더 좋아진다.
나성범과 같은 부위에 부상을 당한 한화 주전 유격수 하주석(26),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2019시즌을 통째로 쉰 투수 불펜투수 김강률(32)도 더 좋은 몸 상태로 시즌을 맞이할 수 있다. 두산 주장 오재원(35), KIA 외야수 이창진(29), 롯데 포수 나종덕(22), 한화 신인투수 신지후(19) 등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부상을 당한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재활기가 길어지는 선수도 소속팀의 잔여 경기가 최대한 많이 남은 시점에서 복귀를 기대할 수 있다.
개막이 연기되면서 날씨에 대한 우려도 줄었다. 최근 몇 년 동안 이상기후 탓에 3월 말에서 4월 중순까지는 날씨가 추울 때가 많았다. 부상 위험이 있었다. 날씨가 따뜻해져야 컨디션이 올라오는 몇몇 선수에겐 호재다. 야구팬의 관람 조건도 더 나아질 수 있다. 초반 기세 싸움이 순위 경쟁 판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전력 구축 구상을 끝내지 않은 팀의 사령탑은 더 신중하게 현안에 접근할 수 있다. 엔트리 구성, 주전 결정, 백업 확보를 결정해야 하는 데드라인이 연기됐다. 자체 청백전은 시범경기보다 객관적인 데이터를 얻기 어렵다. 각 팀 지도자는 더 다각적인 기준으로 선수를 평가하게 될 전망이다. 종전까지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부상 회복이 더뎠던 선수까지 두루 살필 수 있다.
기다림이 기대감으로 승화될 수도 있다. 개막이 늦어진 만큼 야구팬은 더 큰 기대로 2020시즌을 맞이할 전망이다. 전 국민이 코로나19 정국 탓에 바뀐 계절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평범한 일상을 그리워한다. 야구는 봄을 알리는 스포츠다. 구단 자체 중계로 이뤄진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조차도 큰 관심을 받았다. 시범경기마저 없어진 상황. 정상적인 관중 동원력을 바랄 순 없지만, 콘텐트 주목도는 향상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