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월 개봉을 예정 중이었던 영화들이 개봉일은 잡지 못한 채 예능 프로그램에는 꼬박꼬박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최근 방송된 JTBC '아는형님'은 몇 주간 영화 홍보차 게스트가 출연, 일각에서는 "'아는형님'을 보면 개봉 리스트를 확인할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오고 있다. 스크린에 걸리지 못하는 아쉬움을 브라운관을 통해 달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지난 달 22일에는 영화 '결백(박상현 감독)'의 두 주인공 신혜선·배종옥이 '아는형님'에 출격했고, 7일에는 '콜(이충현 감독)' 박신혜·전종서·김성령, 14일에는 '침입자(손원평 감독)' 송지효·김무열, 21일에는 '국제수사(김봉한 감독)' 곽도원·김대명·김희원이 등장해 맹활약을 펼쳤다.
예능에서 자주 볼 수 없는 스타들을 만난다는건 시청자들에게도 분명 반가운 일이다. 해당 배우들은 각 영화로 의기투합했지만 본업만큼 미친 예능감을 뽐내며 명장면은 물론 레전드 회차를 여럿 탄생시켰다. 비단 게스트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요즘 '아는형님' 재미있어졌다"는 반응이 심심찮게 터지고 있어 '윈윈효과'를 보기 딱 좋은 분위기였다.
하지만 또 다른 목적인 영화 홍보는 사실상 '이런 영화가 있다'고 소개하는 수준이 되고 말았다. 영화 홍보차 배우들이 예능에 출연하면 할 수록 볼 수 없는 개봉 예정작도 쌓여가고 있는 것.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여파로 영화계가 개점 폐업을 한지 한 달이 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정상화는 답 없이 먼 미래로만 느껴지고 있다.
'결백'은 2월, '콜'과 '침입자'는 3월 개봉을 잠정 연기했고, '국제수사'는 4월 중순 개봉을 염두하며 예능 출연을 시작으로 각종 홍보에 돌입하려 했지만 모두 여의치 않게 됐다. 이들 영화들은 길게 잡아 상반기 개봉을 목표로 최선의 날짜를 고심 중이다. 이 과정에서 '사냥의 시간'은 넷플릭스 행을 결정지으며 극장 개봉을 아예 포기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가 이렇게까지 장기화 될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고, 기본적으로 영화 홍보는 8주 전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그와 동시에 예능 일정도 체크하기 마련이다. 방송 스케줄은 영화 개봉 사정에 따라 바꿀 수 없는데다가 출연을 하지 않으면 그대로 펑크가 나기 때문에 배우들은 정해진 약속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처음 목적은 영화 홍보가 맞지만 출연 결정 후에는 해당 예능의 일원으로 프로그램 성격에 맞춰 다들 최선을 다해 준비한다. 재미있게 나오면 그 또한 자연스레 홍보로 이어진다. 개봉을 동시에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 아쉽지만 즐거운 나들이라 생각한다"며 "차곡차곡 떡밥을 쌓아가는 시간이다. 개봉일이 잡히면 꼭 스크린에서 다시 만나뵙게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극장 상황에 대해 "코로나19 종식이 선언 되더라도 곧바로 극장에 관객이 밀려 들지는 미지수다. 밀폐된 공간에 대한 안전 예방이 당분간은 이어질 것이고 국내 뿐만 아니라 관객몰이에 함께 힘써 줄 대규모 해외 영화들이 줄줄이 개봉을 보류 시켰기 때문에 예전과는 관객수 면에서 확실히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러 방법을 강구하겠지만 연말까지도 영향력이 있지 않을까 예측하는 이들이 많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