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 투수 최성영(23)은 지난해 NC가 발굴한 원석이다. 스윙맨으로 26경기(선발 15경기)에 등판해 평균자책점 3.94를 기록했다. 입단 네 번째 시즌 만에 1군에서 가능성을 보였다. 팀을 와일드카드 결정전으로 이끈 숨은 주역 중 한 명이었다. 그러나 그는 만족하지 않았다. 오히려 "볼넷이 너무 많았다"고 자책했다.
최성영은 2019시즌 9이닝당 볼넷이 5.36개다. 3.50개였던 전년 대비 1.86개가 늘었다. 규정이닝을 채운 선발 투수 평균이 2.57개. 수치가 2배 이상이었다. 커리어 하이를 달성한 시즌이었지만 쉽게 합격점을 주지 못한 가장 큰 이유다.
원래 빠른 공을 던지는 유형이 아니다. 힘껏 던져봐야 시속 140km를 넘기 힘들었다. 구속이 느린 대신 컨트롤이 강점. 그런데 구속에 욕심이 생기면서 볼넷 허용이 급증했다. 시작은 2018년이다. 최성영은 "그해 어느 순간 공이 빨라져 140km/h 중반까지 나오더라. 지난해 스프링캠프선 135km/h 정도로 구속이 줄었다. 뭔가 이상해 무작정 세게 던지다 보니 밸런스가 깨졌다. 자신감이 떨어지면서 볼넷도 많아졌다"고 돌아봤다.
수치가 말해준다. 기록 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2018년 최성영의 직구 최고구속은 146km/h다. 데뷔 후 최고였다. 공교롭게도 구속에 신경 쓴 지난해에는 144km/h로 오히려 줄었다. 구속은 떨어졌는데 머릿속이 복잡해지면서 볼넷 허용이 늘었다. 악순환이었다. 대신 직구와 변화구의 구속 차이가 꽤 컸다. 가장 자신 있게 던지는 슬라이더의 경우 2018년 13km/h였던 직구와 평균 구속 차이가 2019년 15km/h로 늘었다. 체인지업도 마찬가지였다.
컨트롤 불안 속에서도 커리어 하이를 달성할 수 있던 원동력이었다. A 구단 전력 분석 관계자는 "구속은 줄어들었지만, 변화구와 직구의 구속 차이가 벌어져서 성적이 더 좋아진 것 같다. 특히 직구와 구속 차이가 가장 민감한 구종이 체인지업인데 체인지업 구속 차이가 확실히 벌어졌다"고 진단했다.
빠른 공을 던지는 게 능사가 아니었다. 그래서 구속 욕심을 버렸다. 올해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선 정확하게 던지는 쪽으로 포커스를 맞췄다. 그는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에선 무조건 볼넷을 안 준다고 생각했다. 몸에 맞는 공이 하나 나왔지만, 볼넷은 없었다. 공격적으로 들어가니까 더 맞지 않는 거 같았다"며 "구속을 신경 쓰지 않으니 오히려 구속이 더 잘 나오는 느낌이었다. 일단 치라고 생각하면서 던졌다"고 했다. 미국 연습경기 평균자책점 제로(5이닝 무실점). 삼진 9개를 잡아내 이 부분 팀 내 1위였다. 고무적인 건 20타자를 상대로 허용한 사사구가 딱 1개였다.
2020시즌 최성영은 이동욱 감독이 생각 중인 5선발 후보다. 김영규, 신민혁과 함께 경쟁하고 있다. 볼넷을 줄일 수 있다면 누구보다 강력한 경쟁력을 갖게 된다. 그는 "볼넷을 주고 싶지 않다. 타자와 상대하고 싶은데 볼넷을 허용하면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주자를 내보내게 된다. 그러면 수비도 길어지고 모두 힘들어진다"며 "볼넷을 최소화하는 게 목표다. 난 아직 확실한 자리가 있는 선수가 아니다. 자리를 잡아야 하는데 좀 더 집중해야 한다"고 각오를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