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에게는 두 가지 시선이 존재한다. 하나는 ‘뉴효성’의 수장이고, 다른 하나는 기업가치를 떨어뜨리는 ‘오너리스크’의 당사자다. 국민연금은 주주총회에서 후자 때문에 반대표를 던졌지만 다른 주주들은 전자 때문에 조 회장을 재신임했다. 조 회장의 뉴효성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지난 20일 주주총회는 조 회장의 사내이사 안건이 표결에 부쳐져 관심이 뜨거웠다. 효성 지분 10%를 보유한 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을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유는 기업가치 훼손 이력 및 감시 의무 소홀, 과도한 겸임 등이다.
하지만 표결 결과, 사내이사 찬성률이 70% 이상이었다. 효성은 오너가와 특수관계 지분이 54%에 달하지만 일반 주주들도 지지를 보낸 것이다.
일반 주주들은 조 회장이 횡령과 배임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의 유죄 선고를 받고, 2심 재판이 진행 중임에도 경영 성과를 높이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은 취임 3년 만에 영업이익 1조원 클럽 재가입에 성공했다. 효성그룹은 2019년 효성과 효성티앤씨, 효성중공업, 효성첨단소재, 효성화학 등 주력 5개사가 총매출 18조119억원, 총영업이익 1조102억원을 달성했다고 밝힌 바 있다. 글로벌 침체에도 불구하고 프리미엄 제품 판매 확대와 탄소섬유 등 미래 신사업의 성장과 해외법인 실적 호조가 어우러진 결과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 2019년 발표한 대기업 자산가치 순위에서도 효성은 26위에서 22위로 뛰어올랐다. 자산가치가 2조원 가까이 오르는 등 조 회장의 경영성과가 두드러지고 있다.
재계에서는 “효성그룹의 ‘3세 경영’이 연착륙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효성은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기술경영을 발판 삼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특히 세계적인 탄소섬유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동안 탄소섬유의 미국과 일본 의존도가 높았지만, 효성이 독자적인 기술력으로 국내 최초로 상업화에 성공했다.
효성에서 생산하는 스판덱스(폴리우레탄 합성 섬유)와 타이어 코드(고무에 넣는 섬유보강재)는 세계 기술력 1위로 평가받는 등 ‘뉴효성’의 핵심 기술로 꼽힌다.
효성의 탄소섬유 기술은 일본의 수출규제로 인해 더 주목받기도 했다. 또 탄소섬유는 문재인 정부의 핵심 주력 산업인 수소 경제의 핵심 소재이기도 하다. 이 같은 이유로 문 대통령이 지난해 효성의 생산 기지인 전주 탄소섬유 공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조 회장은 연초 신년사에서 “고객의 니즈를 파악해 이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기업이 존재할 수 없다. 고객의 소리를 경청하는 것이 모든 일의 출발점”이라며 “고객과 함께 성장하는 백년기업 효성을 만들어 가자”라고 강조했다.
조 회장이 사내이사로 재선임되면서 앞으로 3년은 ‘뉴효성’을 탄탄하게 다지는 시기가 될 전망이다. 또 조 회장은 글로벌 기업으로 뻗어 나가는 ‘뉴효성’을 완성하기 위해 신소재 개발에 대대적인 투자를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에 반대를 딛고 사내이사로 재선임된 조현상 효성 총괄사장도 형인 조 회장을 도와 경영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