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를 비롯한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독일 분데스리가·이탈리아 세리에A·프랑스 리그앙 등 유럽 5대 리그를 포함해 축구의 대륙 유럽 축구리그의 시계는 멈췄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도 멈췄고, 유럽의 월드컵인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0)도 1년 연기됐다.
하지만 모든 유럽 축구가 멈춘 것은 아니다. 코로나19 속에서도 활발하게 진행 중인 국가가 있다. 바로 동유럽의 벨라루스다.
영국의 'BBC', 프랑스의 'AFP' 등 외신들은 코로나19 위험성을 외면한 채 유럽에서 유일하게 프로축구 리그를 진행 중인 벨라루스를 주목했다. 일반적인 유럽 프로축구 리그와 달리 봄에 리그가 시작하는 춘추제를 시행 중인 벨라루스 프리미어리그는 지난 18일 개막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팬데믹 선언에도 벨라루스 프리미어리그는 흔들리지 않았다. 평소와 다르지 않다. 선수들은 치열하게 경기를 치렀고, 선수간 악수도 이뤄지는 모습도 보였다. 축구 팬들도 위험 속에 빠졌다. 경기장 내 관중 입장을 허용했고, 관중들은 겹겹이 붙어 응원했으며, 마스크를 쓰지 않은 이들이 대다수였다. 이렇듯 벨라루스는 유럽에서 유일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벨라루스는 30일 현재 코로나19 확진자가 94명, 사망자가 0명이다. 이탈리아, 스페인 등과 비교해 심각한 수준은 아니지만 갈 수록 확진자가 늘고 있다. 벨라루스도 안전한 상황이 아니다. 그런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리그를 강행하고 있다.
이런 비이성적인 모습은 벨라루스 지도자의 생각과 일치한 것으로 보인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현실과 동떨어진 생각을 드러냈다. 그가 세계적인 비판을 받고 있는 이유다.
그는 1994년 벨라루스 대통령에 당선된 뒤 5선에 성공했다. 지금까지 26년 장기집권을 이어가고 있다. 외신들은 그를 향해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로 평가하고 있다. 독재자의 어긋난 의지를 거역하지 못한 채 독재 축구가 시작된 셈이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코로나19를 정신병으로 정의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코로나19는 또 다른 정신병이다. 벨라루스는 정신병으로 인해 서유럽과 같은 고통은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퇴치를 위한 방법 역시 황당함 그 자체다. 루카센코 대통령은 "보드카를 하루에 40~50g 정도 매일 마셔 바이러스를 죽여야 한다", "사우나가 전염을 막는다", "제시간에 일하고 제시간에 밥을 먹는 것이 전염되지 않는 최고의 방법이다" 등의 발언을 했다.
코로나19에 대한 심각성을 외면하는 대통령에게 연기·취소·격리 등은 없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벨라루스는 어떤 것도 취소하지 않을 것이다. 최고의 바리러스 퇴치제는 스포츠다. 축구뿐 아니라 계획한 모든 행사를 주최할 것이다. 격리 조치는 필요할 때만 시행할 것이다. 무릎 꿇고 사는 것 보다 서서 죽는 게 낫다"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벨라루스 축구 전설 알렉산드르 흘렙이 일침을 가했다. 그는 벨라루스 국가대표팀으로 활약했고, 벨라루스 올해의 선수 6회 수상에 빛난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잉글랜드 아스널 등에서 활약을 했다. 그는 "벨라루스는 유럽에서 축구가 유일하게 열리는 곳이다. 적어도 이곳 사람들은 행복해할 것"이라고 비꼰 뒤 "벨라루스 사람들은 이탈리아와 스페인에서 무슨 일이 생긴 지 알고 있다. 그런데 이 정부는 사태의 심각성을 모른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유럽 다른 나라는 왜 리그를 중단했겠는가. 이해가 안 간다. 믿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