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눈치를 보다 결국 물러서는 모양새다. 일본 프로야구 퍼시픽리그 6개 구단이 오는 24일로 예정했던 개막을 5월로 연기하는 데 뜻을 모았다.
일본 스포츠 전문매체 '스포츠호치'는 1일 "퍼시픽리그 6개 구단 사장이 전날 화상 회의를 열어 개막 시기를 다시 다음달로 늦추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퍼시픽리그에는 세이부, 소프트뱅크, 라쿠텐, 지바 롯데, 닛폰햄, 오릭스가 속해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기 전까지만 해도 올해 일본 프로야구는 3월 20일에 첫 경기를 시작할 예정이었다. 2020 도쿄올림픽 일정을 고려해 예년보다 이른 시기에 개막일을 잡았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한 상황으로 치달으면서 이달 10일로 한 차례 일정이 미뤄졌고, 도쿄올림픽이 1년 연기되는 참사까지 벌어지자 다시 24일로 날짜를 바꿨다.
이후 일본 프로야구는 더 이상 개막일을 늦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 5월까지 리그 개막을 넘기는 데는 회의적이었다. 일본야구기구(NPB)는 코로나19 매뉴얼에 '확진자가 나오면 접촉자를 일주일 이상 격리한다'고만 명시했고, 구단들 역시 이 방침을 최소한으로만 적용하면서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했다.
실제로 지난달 27일 센트럴리그 구단 한신 소속인 후지나미 신타로, 이토 하야타, 나가사카 겐야가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이자 한신은 사과 기자회견에서 "일주일 동안만 훈련을 중단한다"고 발표하는 데 그쳤다. 또 이튿날 열린 센트럴리그 6개 구단 임시 이사회에서는 "정규시즌 개막 후 확진자가 나오더라도 굳이 경기를 중단해야 하는가"라는 발언이 나온 것으로 알려져 빈축을 샀다.
관중의 안전과 관련해서도 '불감증'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국은 국내 10개 구단에 배포한 코로나19 대응 매뉴얼에 '확진자 발생시 정부 역학 조사관의 판단에 따라 자가 격리 접촉자를 분류하고, 접촉자는 14일 동안 자가격리한다'고 적어 기간을 일본보다 두 배 많은 2주로 명시했다. 또 '선수단 내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 무조건 2주 동안 리그 운영을 중단하겠다'는 방침도 세웠다.
반면 센트럴리그 이사회는 "개막 후 관중간 거리를 2m 이상 유지하기 위해 수용 가능 관객의 3분의 1, 혹은 4분의 1만 입장하게 해야 한다"는 의견엔 동의하면서도 "시즌이 시작되면 NPB 권고대로 접촉자들만 일주일간 격리하고 나머지 경기는 그대로 진행하자"는 데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포츠호치는 물론이고, '스포츠닛폰' '주니치스포츠' 등 여러 언론이 입을 모아 일본 구단들의 느슨한 대처에 "이런 자세로 프로야구를 개막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을 쏟아낸 이유다.
센트럴리그가 뭇매를 맞는 모습을 지켜 본 퍼시픽리그 대표들은 결국 다른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개막 연기와 경기 축소라는 또 다른 선택지를 마련해야 했고, 3일 열리는 양대 리그 12개 구단 전체 대표자 회의에서 센트럴리그 대표들과 머리를 맞대 최종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이날 퍼시픽리그와 센트럴리그의 교류전 중단은 물론 일본시리즈를 12월에 개최하는 방안도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 일본은 한국과 달리 돔구장이 많아 12월의 추위로 인한 문제는 크지 않다. 고토 요시미쓰 소프트뱅크 사장은 "선수 중에 확진자가 나와 모든 팀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며 "또 일부 구단의 훈련 중단으로 모든 팀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없어 형평성 문제도 나올 수 없다. 개막을 추가 연기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