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가 잇따른 신차 출시로 브랜드 확장에 나서고 있다. 연초 브랜드 최초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GV80'을 선보인 데 이어 지난달 주력 모델인 'G80'의 완전변경 모델을 내놨다. 하반기에는 'GV70'도 출시할 예정이다. 높은 가격대의 프리미엄 신차를 앞세워 수입차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벤츠와 BMW의 판매량을 끌어내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GV80→G80→GV70…라인업 '착착'
1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출범 6년째를 맞은 제네시스는 올해 GV80·G80·GV70 등 역대 가장 많은 신차를 출시한다.
포문은 GV80이 열었다. 지난 1월 출시된 GV80은 제네시스 브랜드 첫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이다.
크레스트 그릴로 대표되는 새 얼굴과 상하로 분리한 슬림한 헤드램프 디자인으로 출시 전부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출시 당시에는 3.0 디젤 모델만 있었지만, 지난달 9일 2.5 가솔린 터보와 3.5 가솔린 터보 엔진을 추가해 소비자의 선택 폭을 넓혔다.
3.0 디젤 모델은 278마력, 최대토크 60㎏f·m의 힘을 낸다. 복합 연비는 11.8km/ℓ다. 2.5 터보 모델은 최고 출력 304마력, 최대토크 43.0㎏f·m의 동력 성능을 갖췄다. 복합 연비는 ℓ당 9.7㎞다. 3.5 터보 모델은 최고 출력 380마력, 최대토크 54.0㎏f·m로 동급 최고 수준의 힘을 낸다. 복합 연비는 8.6km/ℓ다.
가격은 개별소비세 1.5% 적용 기준으로 3.0 디젤 6437만원, 2.5 가솔린 터보 6037만원, 3.5 가솔린 터보 6587만원부터 시작된다.
제네시스는 지난달 30일에는 주력 모델인 G80도 선보였다. 이날 출시 행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오프라인에서 대규모로 이뤄지던 신차발표회 없이 유튜브와 페이스북, 네이버TV 등을 통해 라이브 스트리밍 방식으로 세계 주요 지역에 중계됐다.
신형 G80은 3세대 모델이다. G80은 2015년 제네시스가 독립 브랜드로 출범하기 전에 개발된 제네시스의 대표 모델로 2008년 1세대, 2013년 2세대를 거쳐 이번에 완전히 새로 태어났다.
3세대 G80은 제네시스의 디자인 정체성인 ‘역동적인 우아함’을 바탕으로 차별화된 고급스러움을 강조한 게 특징이다. 실내는 여백의 미를 바탕으로 여유로운 공간을 느낄 수 있도록 했고 전반적으로 안전성과 편의성을 높였다는 게 회사 쪽 설명이다.
동력계통은 가솔린 2.5와 3.5 터보, 디젤 2.2 등 3가지 엔진 라인업을 갖췄다. 가솔린 2.5 터보 모델은 최고출력 304마력, 최대토크 43.0kgf·m의 성능을 내며 복합연비는 10.8km/ℓ다.
가격(개별소비세 1.5% 기준)은 가솔린 2.5 터보 5247만원, 가솔린 3.5 터보 5907만원, 디젤 2.2 5497만원부터 시작한다.
제네시스는 이에 더해 하반기 중형 SUV GV70을 출시, 올해 신차 라인업을 완성한다는 방침이다. GV70이 출시되면 제네시스 브랜드는 G70, G80, GV70, GV80 등 총 4개의 라인업을 갖추게 된다.
안방서 벤츠 잡는다…변수는 코로나19
제네시스는 굵직한 신차를 앞세워 내수 시장에서 벤츠를 따라잡겠다는 목표다.
제네시스의 2018년 판매량은 6만1345대, 2019년은 5만6810대였다. 벤츠는 2018년 7만798대, 2019년 7만8133대를 팔았다. 2018년 1만여 대 수준이던 격차는 지난해 2만여 대로 늘어났다.
하지만 올해 출발은 괜찮다.
지난 1월에 먼저 나온 GV80 디젤 모델의 누적 계약 대수가 3만대를 넘어섰다. 올해 GV80 판매 목표가 2만4000대라는 점을 고려하면 '흥행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G80의 성적은 더욱 놀랍다. 지난달 31일 판매 첫날에만 2만2000대를 계약하며 올해 목표(3만3000대) 달성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제네시스 관계자는 "G80 계약 물량이 아반떼보다 많아 내부에서도 놀라고 있다"며 "그동안 신형 G80을 기다렸던 고객이 상당해 대기수요가 몰린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하반기 선보이는 GV70까지 흥행에 성공할 경우 올해 벤츠의 판매량을 가뿐히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제네시스가 선보인 신차의 계약 대수만 5만여 대에 달한다"며 "출고만 원활하게 이뤄진다면 올해 수입차 1위 벤츠의 판매량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일한 변수는 ‘코로나19’라는 얘기도 나온다. 확진자가 속출하면서 공장 가동이 잇따라 중단되는 등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어서다.
이에 제네시스는 이달부터 월 단위 생산계획을 주간 단위로 전격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생산계획을 매주 재검토하고 재고 물량을 철저히 파악해 코로나19로 발생하는 생산 차질을 최소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제네시스 관계자는 "부품 수급 등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전체 월간 단위 생산계획을 수립하기가 어려워 주간 단위로 생산계획을 수립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위기 상황을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생산계획을 월 단위에서 주간 단위로 전환하지만, G80 등 인기 차종은 가용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생산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근무시간을 주 40여 시간에서 한시적으로 60시간으로 확대하는 '특별연장근로' 방안도 이 때문에 추진된다. 현대차 노조가 이달 6일 열리는 확대운영위원회에서 이 방안에 대해 논의가 끝나면 G80과 GV80 생산라인의 근무시간을 최대 60시간까지 늘려 운용할 계획이다. 기간은 최장 3개월가량으로, 지난달 생산 중단으로 발생한 차질을 만회하겠다는 복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