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 우려로 문을 닫은 극장 대신 성황리에 영업 중인 곳이 있다. 안방의 영화관, IPTV와 VOD다. 특히 권상우 주연작 '히트맨(최원섭 감독)'이 롱런하고 있고, 라미란 주연작 '정직한 후보(장유정 감독)'가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두 작품 모두 극장 상영에서 느꼈던 아쉬움을 안방극장 상영에서 털어내는 중이다.
극장으로 향하는 관객의 발길이 뚝 끊겼다. 보릿고개를 넘기 어려워 전국 영화관 가운데 20%가 문을 닫았다. 3월 한 달간 관객은 극장보다 안방극장을 더 찾았다. 3월 2일부터 22일까지 극장을 찾은 총 관객 수가 133만 89명인데, IPTV 이용은 135만 1982건으로 집계됐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온라인 상영관 박스오피스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2년 이후 최초로 IPTV 이용 건수가 극장 관객 수를 앞질렀다. 극장 관객 수가 연일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고, 사회적 거리두기에 열중한 관객들은 집에서 영화를 관람하고 있다.
안방 관객들의 선택은 코미디다. 지난 2월 25일 극장 동시 VOD 서비스를 오픈한 '히트맨'은 곧장 온라인 상영관 박스오피스 1위로 직행했다. 이후 단 한 주를 제외하곤 3월 22일까지 정상의 자리를 지켰다. 극장에서 갓 넘어온 신작도 제쳤다. 이어 '정직한 후보'가 '히트맨'의 배턴을 이어받았다. 3월 24일 극장 동시 서비스를 시작하고 바로 1위를 차지했다. 3월 29일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가장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다.
'히트맨'은 웹툰 작가가 되고 싶어 국정원을 탈출한 전설의 암살 요원준(권상우)이 그리지 말아야 할 1급 기밀을 술김에 그려 버리면서 국정원과 테러리스트의 더블 타깃이 되어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코믹 액션 영화다. 지난 설 연휴 개봉해 막강한 경쟁작 '남산의 부장들'에 밀려 극장 박스오피스에서는 주로 2위에 머물렀다. 개봉 4주째 주말 손익분기점 240만 명을 넘어섰으나, 손익분기점에서 만족해야 했다. 이처럼 극장 상영 당시에는 아쉬움을 남겼던 '히트맨'은 안방극장 최강자가 돼 설움을 풀었다.
'정직한 후보'도 마찬가지다. 이 작품은 거짓말이 제일 쉬운 3선 국회의원 주상숙(라미란)이 선거를 앞둔 어느 날 하루아침에 거짓말을 못 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코미디 영화다. 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될 시기에 개봉을 강행했다. 이후 개봉한 영화들과 비교해 적은 피해를 보았다고는 하나, 입소문과 호평에 비해 기대만큼의 흥행 성적을 거두지는 못했다. 손익분기점 150만 명을 돌파했고, 3월 31일까지 손익분기점보다 조금 많은 153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정직한 후보' 역시 코로나19로 인해 받은 피해만큼 안방극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국가적 재난인 코로나19 사태는 영화계 지형도를 변화시키고 있다. 그간 IPTV와 VOD를 통한 부가수익은 극장 수익의 20~30% 정도였다. 그러나 극장에서 제작비의 본전도 찾기 힘든 요즘 안방극장 의존도는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극장보다 안방극장이 익숙해진 관객 또한 계속 늘어나고 있다. 권상우와 라미란처럼, 안방극장 흥행 왕은 계속 생겨날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만의 변화는 아니다. 북미에서는 스트리밍 비디오 서비스 신청이 지난해 대비 85%가 증가했다. 시카고의 의료 전문가는 기자회견에서 "소파에서 넷플릭스를 보는 것이 세상을 구하는 일"이라고 말해 큰 호응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