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발생 4개월 째 접어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을 바꿔 놓았다. 코로나19 예방 수칙이 각종 시설과 대중교통에 빠짐없이 안내되고 마스크를 쓴 사람들을 그 어느 때보다 많이 볼 수 있다. 프로스포츠가 모두 중단됐고 겨울 실내 스포츠의 양대산맥인 프로농구와 프로배구는 모두 시즌을 조기 종료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이하기도 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스포츠 현장은 멈췄지만, 그 틈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한국프로농구(KBL)를 대표하는 스타 양동근(39)은 지난달 31일 현역 은퇴를 선언하고 하루 뒤인 1일 서울 서초구 KBL센터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가졌다. 2004년 데뷔 후 17년 동안 한 팀에서 꾸준한 활약을 펼치며 프로농구 최고의 스타로 자리매김한 선수의 은퇴 기자회견이기에 많은 취재진이 몰렸다. 양동근의 가족은 물론이고 소속팀인 울산 현대모비스의 박병훈 단장과 유재학 감독, 그리고 동료이자 후배인 조성민, 함지훈도 참석했다. 입구에는 그에게 증정할 꽃다발이 쌓여있었다. 달라진 건 참석한 모든 이가 빠짐없이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는 점이다.
정장을 갖춰 입고 기자회견장을 찾은 선수들은 마스크를 착용한 채 양동근에게 꽃다발을 건넸고, 유재학 감독도 마스크를 쓴 채 유니폼을 벗는 제자의 등을 두드려줬다. 양동근 역시 마스크를 쓰고 나온 채 자리에 앉았다가, 기자회견을 위해 벗고는 이 점에 대해 양해를 구했다. 마스크를 벗은 상태에서 포토타임이 진행되자 마스크를 다시 써야하냐고 묻기도 했다. 기자회견이 시작된 뒤 양동근의 첫 마디도 "코로나19 때문에 많이 힘든 시기에 은퇴를 발표하게 돼 죄송스럽다"였고, 취재진의 질문도 마스크 너머로 오갔다.
그보다 앞서 지난달 30일 열린 프로축구 K리그 대표자 회의에서도 달라진 모습을 찾아볼 수 있었다. 무기한 연기된 K리그 개막 시점과 리그 운영에 대해 얘기를 나누기 위해 한 자리에 모인 K리그1 12개 구단 대표자들은 마찬가지로 마스크를 착용한 채 회의실에 들어섰다. 개막을 목전에 두고 준비하다 코로나19로 인해 연기된 답답한 상황 속에서 만난 이들은 악수 대신 자연스럽게 서로 주먹을 맞댔다.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권장하는 '주먹인사'였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환으로 좌석 간 거리도 충분히 유지했다. 낯설지만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의식이 만들어낸 풍경이었다.
또 달라진 풍경 하나는 시상식이다. 매년 시즌이 끝난 뒤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친 선수와 지도자를 격려하는 자리였던 시상식은 사실상 한 시즌의 끝을 알리는 행사였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이런 시상식 풍경도 달라졌다. 여자프로농구(WKBL)는 온라인으로 기자단 투표를 받은 뒤 발표도 보도자료를 통해 진행했고, 선수들의 수상 소감 역시 서면으로 대체하며 철저하게 안전 제일을 추구했다. KBL 역시 주요 부문 시상은 진행하나 별도의 시상식 행사는 개최하지 않기로 했다. 프로배구연맹(KOVO)은 9일 시상식을 진행할 예정이지만, 팬과 취재진의 입장 없이 관계자끼리 모여 약식으로 진행한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