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겨울,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팬들은 선수가 아닌 코치 영입 소식에 환호했다. 한국계 미국인 행크 콩거(32) 배터리 코치가 주인공이다. 콩거 코치는 현역 시절 메이저리그(MLB)에서 포수로 7시즌 간 활약했다. 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콩거 코치를 만났다.
콩거 코치의 원래 이름은 ‘현 최 콩거’다. 서울 출신인 그의 아버지 최윤근 씨는 6세 때 주한미군인 이모부(에이드리언 콩거)의 양자로 들어갔다. 그의 어머니 유은주 씨는 승무원으로 일하다가 미국으로 이주했다. 미국에서 태어난 콩거 코치는 “한국어는 아주 조금 할 줄 안다. 어머니가 한국말을 하셔서 알아듣는 건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 남아 있는 아내를 걱정하며 “한국은 좋아, 미국은 코로나로 난리 났어”라는 한국어 표현을 쓰기도 했다. 콩거 코치는 2006년 MLB 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LA 에인절스에 지명됐다. 2010년 MLB로 승격됐고, 휴스턴과 탬파베이를 거치며 7년간 활약했다. 부상에 발목 잡혔다. 2018년 손목 인대 수술을 받은 뒤 멕시칸리그에서 재기를 노렸다. 하지만 기량을 회복하지 못했다. 30세의 나이로 은퇴했다. 그는 “오래 뛰고 싶었다. 하지만 7년간 프로로 뛰었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모교(헌팅턴비치 고교)에서 후배를 가르치던 콩거 코치는 롯데로부터 “코치로 일하지 않겠냐”고 제안받았다. 콩거 코치는 “은퇴 전, 한국에서 선수로 뛰고 싶다고 생각했다. 한국에서 지도자가 돼 기뻤다”고 말했다. 콩거 코치는 “에인절에서 함께 뛰었던 장필준, 정영일(SK)과 마이너리그 시절 얘기를 나눈다. 한미 야구 문화 차이. 한국 생활 팁 등도 배웠다”고 말했다.
지난해 롯데 포수들은 공을 ‘잘 못 받았다’. 9이닝당 블로킹과 패스트볼을 더한 숫자가 0.808개로, 10개 구단 중 꼴찌였다. 1위 키움(0.359개)의 2배가 넘었다. 프레이밍(투구를 스트라이크 판정으로 만드는 기술)과 캐칭이 좋은 콩거 코치를 영입한 이유다. 콩거 코치는 “롯데 포수를 잘 몰랐다”고 고백했다. 콩거 코치는 롯데 경기 영상을 찾아보지 않았다. 직접 보고 파악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콩거 코치는 “스프링캠프에서 포수들(지성준, 정보근, 김준태, 나종덕) 성향을 직접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국말은 잘 못해도 의사소통에 지장이 없다. 롯데는 라이언 롱(타격), 콩거 등 외국인 코치에게 1인당 한 명씩 통역을 붙였다. 포수 지성준은 “영어를 완벽하게 알아듣지 못해도, 몸동작과 통역 설명을 통해 잘 이해한다”고 말했다. 콩거 코치는 “한국 야구용어가 미국과 달라 처음에는 쉽지 않았지만 이제 문제없다”고 말했다. 그는 “포구는 집중력이 중요하다. 폼을 간결하게 하고 집중해서 잡으라고 강조한다”고 전했다.
콩거 코치의 KBO 등록명은 MLB 시절 썼던 ‘행크 콩거’다. 할아버지(에이드리언 콩거)가 ‘현’과 비슷하고 홈런왕 행크 애런을 연상시키는 ‘행크’를 이름으로 붙여줬다. 콩거 코치는 “MLB에서 ‘현 콩거’로 쓰려 한 적이 있다. 가능하다면 한국에선 한국 이름(최현)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메이저리그 시절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와 친하게 지냈던 행크 코치는 "아무래도 한국인이라서 더 친했던 것 같다"면서도 "마이너리그 생활을 겪었기 때문에 내게 더 잘 대해준 것 같다. 힘든 과정을 이겨내고 빅리그에 올라오는 똑같은 경험을 나눴기 때문"이라고 웃었다. 이어 "최근 마이너리거들을 위해 기부를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추신수는 바로 그런 사람"이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콩거 코치의 현역 시절 그에 관한 기사에는 ‘왜 미국인에게 관심을 쏟냐’는 댓글이 달리곤 했다. 콩거 코치는 “그런 얘기를 들은 적 있다. 사실 나도 ‘내가 누구인가’ 많이 고민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한국인이다. 부모님, 아내(재미교포 2세) 등 가족 모두 한국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콩거 코치는 “피는 물보다 진하다. 또 한국인이란 게 자랑스럽다. 한국에서 일할 기회를 얻어 행복하다. 한국 야구를 위해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