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역대 최고 센터 양효진(31·현대건설)이 입단 13년 만에 MVP를 품에 안았다. 신인상을 받지 못한 한을 드디어 풀었다.
양효진은 9일 발표된 2019~2020 도드람 V리그 여자부 MVP 기자단 투표에서 총 30표 가운데 24표를 얻어 팀 동료 이다영(3표)과 발렌티나 디우프(KGC인삼공사·3표)를 큰 표 차이로 따돌리고 첫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양효진은 "사실 주위에서 계속 '네가 MVP다'라고 말하더라. 그럴 때마다 나는 바람 넣지 말라고 했다"라며 "이렇게 큰 상을 받아 기쁘다"고 했다.
연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계로 시즌을 조기 종료했지만, 개인상 시상은 변함없이 진행하기로 했다. 대신 따로 시상식은 개최하지 않고 전달식으로 대체했다.
양효진은 V리그 최고 센터다. 2010~2011시즌부터 이번 시즌까지 10년 연속 블로킹 1위를 지켰다. 2014~2015시즌부터 뽑은 베스트7에도 한 번도 빠짐없이 매 시즌 이름을 올렸다. 국가대표로도 늘 빠짐 없이 소집돼, 중앙을 지켰다.
이번 시즌에는 V리그 최초 블로킹 1200개, 5500득점을 돌파했다. 특히 팀 선배 황연주(5443점)를 제친 양효진은 공격성을 갖춘 날개 공격수보다 득점력이 떨어지는 센터 포지션임에도 불구하고, V리그 최고 득점자(5562점)로 우뚝 섰다. 최근 세 시즌 동안 평균 470점을 올려 다가오는 시즌에는 V리그 역사에 남을 최로 6000점 돌파도 기대된다.
뛰어난 실력은 7년 동안 지켜온 '연봉퀸'(현재 3억5000만원) 타이틀에서도 입증된다.
이처럼 뛰어난 커리어를 쌓아왔지만 신인왕, MVP와는 인연이 없었다. 2007~2008시즌 배유나(센터)에게 신인왕을 내줬고, MVP 투표에서도 포지션 특성상 화련함을 갖춘 날개 공격수에게 밀렸다. 역대 V리그 정규시즌 MVP 가운데 센터 포지션 수상자는 프로 원년인 2005년 정대영이 유일했다. 그동안 MVP는 이효희(세터·2회 수상)를 제외하면 날개 공격수의 전유물이나 마찬가지였는데 양효진이 센터로는 두 번째로 MVP에 등극한 것이다. 그는 "신인왕을 받지 못한 게 한이 됐다. 이후 어떤 상이라도 받아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MVP도 어릴 때 받았다면 안주했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욕심이 너무 지나쳐서 못했을 수도 있다. 큰 상을 기대하지 않고 하다 보니 이렇게 좋은 기회가 왔다"고 기뻐했다.
양효진의 최대 강점은 꾸준함이다. 2007~2008시즌 1라운드 4순위로 입단해, 두 번의 FA 권리를 행사하는 동안 줄곧 현대건설 유니폼만 입으면 기복 없는 활약을 펼쳐왔다. 크게 다친 적이 없다. 데뷔 후 매 정규시즌의 85% 이상을 뛰었다.
이번 시즌에는 블로킹 1위(세트당 0.853개)에 센터로는 가장 많은 429점(전체 6위)를 올렸다. 그보다 득점 순위가 높은 국내파 박정아(한국도로공사·470점)와 이재영(흥국생명·432점)은 날개 공격수다. 양효진은 현대건설을 정규시즌 1위로 이끈 공로를 MVP로 받게 됐다. 자신의 MVP를 응원한 '경쟁자' 이다영에게는 "항상 고맙게 생각한다. 이다영은 지금보다 더 기량이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보다 더 MVP를 많이 받았으면 좋겠다. 그런 능력이 있는 선수다"고 덕담을 건넸다.
이어 "항상 인터뷰를 할 때 부모님 이야기를 안 한다고 부모님께서 서운해 하셨는데 오늘 꼭 감사하다고 전해드리고 싶다. 또 항상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싶다"며 "은퇴하는 날까지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약속했다.
남자부에선 나경복(26·우리카드)이 MVP에 올랐다. 나경복은 기자단 투표에서 18표를 받아 10표를 얻은 안드레스 비예나(대한항공)를 제쳤다. 2015~2016시즌 전체 1순위로 우리카드 유니폼을 입은 나경복은 김학민(KB손해보험)과 신영석(현대캐피탈)에 이어 신인왕과 MVP를 모두 수상한 역대 세 번째 선수가 됐다.
나경복은 지난해까지 경기별 다소 기복을 보였으나 이번 시즌 한층 성장한 모습으로 우리카드의 1위를 이끌었다. 올 시즌 국내 선수 중 가장 많은 491점(전체 6위)을 올렸고, 공격 종합에서도 성공률 52.92%로 전체 4위(국내 2위)에 올랐다. '우리카드 최초의 정규리그 MVP'라는 영예도 얻었다.
나경복은 "솔직히 내가 받을 줄 몰랐다. 기록 면에서 비예나가 나를 앞서 수상을 예상하지 못했는데 막상 받고 보니 기분이 좋다. 다음 시즌 더 열심히 하라는 뜻으로 여기겠다"며 "올 시즌은 기복이 줄어들면서 자신감을 찾았다.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다음 시즌에는 꼭 정규리그 우승, 더 나아가 챔피언결정전에도 가고 싶다"는 소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