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로 장기화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가 사그라질 줄 모른다. 2020 KBO 정규시즌 개막 역시 기약이 없다.
당초 3월 28일로 예정됐던 개막일을 4월 중순으로 한 차례 미뤘던 KBO는 지난달 24일 긴급 이사회에서 정규시즌 개막을 4월 20일 이후로 다시 미뤘다. 그러나 그 후에도 사회적 긴장감은 전혀 완화되지 않았고, 5월 개막은 물론 경기 일정 축소까지 검토해야 하는 상황으로 치달았다.
선수단과 팬들의 감염을 막고 안전을 지키는 것이 리그 강행보다 중요하다는 데는 모두가 동의한다. 다만 그 누구보다 벅찬 마음으로 개막을 준비해왔던 이들의 마음이 타들어가는 것도 안타까운 일이다. 가장 큰 피해자는 역시 각 팀의 '새얼굴'들. 대망의 메이저리그 도전을 앞두고 뜻밖의 암초에 부딪힌 김광현(세인트루이스)처럼, KBO 리그에도 아직 새로운 출발선에 설 그날만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신입 사원'들이 있다.
코로나19 사태의 종식을 기다리는 일간스포츠가 그 안타까운 이름들을 한 발 먼저 소개하기로 한 이유다. 〈일간스포츠 야구팀〉
지난해 8월 26일 열린 2차 드래프트. 삼성은 2라운드 전체 15순위 지명권으로 김지찬을 찍었다. 내야수 중에선 박민(야탑고 KIA) 전의산(경남고 SK) 천성호(단국대 KT) 이주형(경남고 LG)에 이어 다섯 번째로 빠르게 호명됐다. 전의산의 주 포지션이 포수, 천성호가 대졸이라는 걸 고려하면 고교 내야수 중에선 '빅3'였다. 그러나 현장에선 '얼리 픽'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A구단 스카우트는 "김지찬이 잘하긴 해도 예상보다 이름이 너무 빨리 불렸다"고 말했다.
김지찬은 2019년 고교리그에서 타율 0.476(63타수 30안타) 2홈런 10타점을 기록했다. 도루를 무려 28개나 성공시켰다. '출루하면 3루까지 도루를 성공할 수 있다'는 평가까지 들었다. 그러나 치명적인 약점이 하나 있다. 바로 '체격'이다. 지난 2월 KBO가 발표한 선수 등록 현황에 따르면 키가 163cm로 작다. 2017년 김성윤(당시 삼성)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KBO 리그 역대 최단신 선수가 됐다. 이천시 리틀야구단 출신으로 초등학교 3학년 때 야구를 시작한 뒤 편견과 계속 싸웠다.
주머니 속 송곳처럼 실력으로 모든 우려를 불식시켰다. 신인 드래프트 뒤 열린 제29회 WBSC 기장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서 종횡무진 활약하며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꿨다. 대표팀이 치른 9경기에서 타율 0.528(36타수 19안타) 10도루를 기록했다. 이성열 감독이 믿고 내는 주전 2루수였다. 공수에서 완벽에 가까운 모습으로 대표팀을 이끌었다. 그 결과 타격상·도루상·수비상 등 개인 타이틀 3개를 차지하며 대표팀에서 유일하게 올스타에 선정됐다. 이 감독은 3위로 대회를 마친 뒤 김지찬에 대해 "우리 팀 최우수선수(MVP)다. 우리 야구의 절반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허삼영 삼성 감독은 김지찬을 1군 스프링캠프에 데려가지 않았다. 1차 지명 황동재, 2차 1라운드에 뽑힌 허윤동도 마찬가지였다. 허 감독은 "신인 선수들에게 적응 시간을 좀 더 벌어주려고 한다. 기능은 있어도 지속성이 부족해 캠프 기간 내 오버페이스를 하는 일이 빈번하다"고 설명했다. 2군 훈련장이 있는 경산 볼파크에 남아 몸을 만든 김지찬은 최근 자체 청백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3일 경기에선 유격수로 출전해 4타수 2안타 1도루를 기록했다.
타격과 주루 파트에서 두루 주목하는 선수다. 김용달 타격코치는 "지명 당시엔 스피드가 가장 돋보였지만 실제로 보니 타격, 주루, 수비 모두 괜찮아 보인다. 신인인 만큼 부족한 점도 있지만, 연습과 실전 경험이 쌓인다면 좋은 선수로 성장할 것 같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현역 시절 대주자로 이름을 날린 강명구 주루코치는 "지찬이의 가장 큰 장점은 야구 센스와 야구를 대하는 태도"라며 "연습이나 실전 모두 능동적으로 행동하며 습득하는 능력도 뛰어나다. 야구 자체를 즐기면서 한다"고 했다.
삼성은 내야 선수층이 탄탄하다. 국가대표 출신 김상수를 필두로 이학주·박계범·이성규 등이 버틴다. 그러나 삼성의 선택은 김지찬이었다. 자칫 중복 투자가 될 수 있지만 그만큼 그가 가진 능력을 높게 바라봤다.
김지찬은 "하루빨리 팬들이 가득 찬 '라팍(홈구장)'에서 뛰어 보고 싶다. 몸 상태는 아주 좋다. 언제든 뛸 준비가 돼 있다"며 "삼성 라이온즈 일원이 된 만큼 1군, 퓨처스팀 상관없이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굳은 각오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