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말과 관련한 용어들이 선거철에 활용되고 있다. 21대 총선은 정당 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수를 배분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처음 적용되는 선거다. 후보자들은 발로 뛰고 유권자들은 공부하는 요즘, 뉴스를 듣다 보면 유난히 말과 관련된 단어가 많다는 걸 발견할 수 있다.
본격적인 선거에 돌입하며 각 후보는 그동안 살아온 소신과 신념을 담아 '출마(出馬)'의 변을 밝힌다. 출마라는 말은 ‘말을 마구간에서 끌어 내오다’라는 뜻에서 ‘전쟁터에 나간다’는 뜻으로 확대됐다. 승자와 패자가 확실히 가려지고 전투와 같은 선거운동을 펼치는 후보자들에게는 '출마'라는 단어가 무겁게 다가올 것이다.
경마에서는 기수와 경주마가 경주에 참여하는 것을 '출마'라고 한다. 선거에 출마하든, 경주로에 출마하든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해서 레이스를 완주하는 모습이 닮았다.
개표가 시작되면 ‘경마식 보도’를 지양하자는 주장이 흘러나온다. 경마식 보도란 정당, 후보자에 대한 정보 대신 후보의 득표 상황이나 당락에만 관심을 가지는 보도 행태를 일컫는다. 경마 중계가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안다면 바뀌어야 할 관용어다. 근래의 경마 중계는 어떤 말이 선두로 달리는지보다 경주마, 기수, 경주환경 등 다양한 정보를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전쟁과도 같은 선거에서 승리자가 있으면 '낙마(落馬)'하는 사람도 있는 법이다. 예로부터 말은 출세나 입신양명을 뜻했기 때문에 관직에 오르지 못하거나, 성공가도를 달리다 떨어지는 경우를 '낙마했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낙마했다고 모든 것이 끝나거나 실패하는 것은 아니다. 1만4492번이나 경주에 출전한 박태종 기수는 기수의 실력과 낙마 사고는 별개라고 말한다. 기수의 실력이 아무리 좋아도 말이 어떤 돌발행동을 할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낙마했더라도 다시 일어날 수 있다면 지금의 낙마는 더욱 실력을 다지고 마음가짐을 바르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인간 만사는 새옹지마 아닌가.
큰 선거 후에는 직제 개편, 개각이 뒤따른다. 이때 ‘하마평(下馬評)’이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하마평은 하마비(下馬碑)에서 유래한다. 하마비는 궁궐이나 종묘 앞에 세워져 있는데 하마비를 지나갈 때면 존경의 표시로 말에서 내려야 한다. 조선시대판 정차 장소인 하마비 주변은 늘 말(言)이 오고 가는 곳이었다. 관리들이 궁으로 들어가면 가마꾼이나 마부들은 토막 정보로 관직에 오른 사람이나 오를 사람에 대해 평가하기도 했다. 이 인물평이 바로 '하마평'이다. 하마평은 곧 민심이니 결과를 점쳐볼 수 있다.
지역주민들은 후보자가 다크호스이기를 바라며 투표한다. 당선 이후에도 선거운동을 하던 때와 마찬가지로 ‘견마 지성’, 개와 말처럼 충성을 다하는 마음을 계속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말은 용감하고 충성스러운 이미지를 상징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