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이나 유명 인사와 함께 하는 유세는 대표적인 선거 운동 전략 중 하나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는 연예인이 선거 운동에 참여하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스타들은 법적 대응까지 언급하며 정치권과 선 긋기에 나섰다.
대구 수성을에 무소속 출마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측이 최근 JTBC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를 패러디한 선거 운동을 벌이자 원작자가 직접 항의하는 일이 있었다. 홍 전 대표를 '이태원 클라쓰' 주인공 박새로이에 빗대어 홍새로이라고 표현한 홍보물에 원작자이자 드라마의 각본을 쓴 조광진 작가가 불편한 기색을 드러낸 것. 조 작가는 SNS를 통해 '저작권자인 저는 '이태원 클라쓰'가 어떠한 정치적 성향도 띠지 않길 바란다'면서 한 국회의원 선거 캠프의 문의를 거절한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캡처해 공개했다. 이에 홍 전 대표 측은 '이태원 클라쓰' 패러디 홍보 게시물을 삭제했다.
배우 김서형도 동의 없는 선거 운동에 동원돼 논란에 휩싸였다. 특정 정당이 JTBC 드라마 'SKY 캐슬' 속 김서형 캐릭터를 패러디해 만든 홍보물에 등장한 것. 이 일로 김서형은 포털사이트 연관 검색어에 '김서형 정당'이 등장하는 등 적지 않은 오해를 샀다. 결국 소속사 마디픽쳐스 측은 "당사의 동의 없이는 배우의 어떠한 이미지도 정치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으며, 초상권 무단 도용의 문제가 확인될 경우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을 강력하게 권고하는 바다. 더불어 김서형은 어떠한 정당의 홍보활동에도 참여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선거 홍보물에 복면 래퍼 마미손도 등장했다. 서울 동대문구갑에 출마한 민중당 오준석 후보가 마미손의 '소년 점프'를 패러디했다. 문제는 마미손 측과 전혀 합의되지 않은 패러디라는 사실이다. 결국 마미손의 소속사 세임사이드 컴퍼니는 "당사의 동의 없이는 아티스트의 어떠한 이미지와 저작물도 정치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 마미손은 어떠한 정당의 홍보 활동에도 참여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냈다. 오 후보는 "불찰에 대해 인정하고 사과드린다"며 마미손 패러디가 들어간 현수막을 교체하고 온라인상 게시물도 삭제했다.
스타의 선거 유세 효과는 여전하다. 서울 중·성동을에 출마하는 미래통합당 지상욱 후보의 유세에 배우 심은하가 등장하자 많은 취재진이 모여 장사진을 이뤘다.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기사화돼 엄청난 홍보 효과를 봤다. 심은하의 옷차림까지 화제가 될 정도였다. 강원 태백·횡성·영월·평창·정선 지역에 미래통합당 유상범 후보의 동생인 배우 유오성도 직접 지역구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유세에 나서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러나 후보의 가족을 제외하곤 연예인의 선거 유세를 찾아보기는 힘들다. 너무 큰 관심이 부담스러운 데다코로나19 여파로 사회 분위기가 흉흉해 자칫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또한, 자칫 이미지에 정치색이 진하게 남게 될까 염려스럽다. 선거 운동에 이용된 스타들이 모두 "어떠한 정당의 편도 아니다"라고 강조하는 이유다.
한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별다른 인연도 없는데 동선이 겹친다는 이유로 선거캠프가 접촉해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은 적도 있다. 특정 정치 성향으로 낙인이 찍히는 것 자체가 득보다 실이 더 많은 일이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