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희애가 부부의 민낯을 직접 수면 위로 드러냈다. 탄탄한 연기력과 감정선이 축적된 ‘사이다 반격’은 짜릿함을 안겼다.
김희애는 지난 10일 방송된 JTBC 금토극 ‘부부의 세계’에서 예상을 뒤엎는 지선우의 저돌적 직진 행보를 이끌며 폭풍 전개의 정점을 찍었다.
김희애는 소중했던 가정이 산산 조각난 지선우의 무너지는 마음을 꾹꾹 눌러 표현해왔다. 하지만 남편이 외도 상대인 한소희(여다경)와 관계를 정리했다는 소식을 듣고 난 뒤, 오히려 싸늘한 반격을 가하는 지선우의 모습으로 극 분위기를 순식간에 뒤바꿨다.
대뜸 남편을 데리고 한소희의 부모님 집으로 찾아간 김희애는 천연덕스럽게 저녁 식사 자리를 만들었다. 가족들까지 대면한 그는 아슬아슬 일촉즉발 상황으로 한소희를 도발했다.
김희애는 식사 도중 한소희의 엄마를 향해 “댁 따님이 내 남편이랑 바람을 펴서 임신했다”고 폭로하며 평화롭던 한소희 가족을 초토화 시켰다.
김희애는 부부의 끈을 잘라 내기로 결심한 지선우로 완벽 동화돼 감춰온 복수 의지를 ‘핵폭탄급 반격’으로 실행에 옮겼다. 그의 깊은 연기 내공은 시청자들을 단숨에 숨죽이게 했고, 소름이 돋을 정도의 실감나는 명장면을 탄생시켰다.
이어 뻔뻔하게 “이 따위 난장판을 만들어야 했냐”고 분노한 남편에게 그는 “나 제혁 씨랑 잤어”라고 응수했다. 김희애는 경멸에 찬 눈빛으로 “뭐가 됐든 지금 그 기분, 절대 잊지마. 바로 내가 느꼈던 기분이니까”라며 쏘아대며 그동안 눌러왔던 지선우의 감정을 폭발시켰다.
김희애의 후련한 듯한 조소와 냉랭한 눈빛은 안방극장을 압도했다. 그동안 섬세한 표현력으로 켜켜이 쌓아온 마음의 상처와 배신, 분노가 한꺼번에 쏟아지며 강력한 반전이 휘몰아쳤다.
앞서 그는 환자의 난폭한 행동으로 얼굴에 상처를 입고 과호흡 증세까지 보이기도 했다. 학창시절 부모님을 사고로 일찍 잃은 트라우마로 인해 불안 증세를 보인 것.
김희애는 이성적이고 차분한 지선우에게 부모님에 대한 아픈 과거가 있는 사연을 그리며 측은한 연민을 불러일으켰다. 이는 그가 “또 다시 동정 받는 여자가 될 거다”라며 이혼을 주저한 이유를 설명하는 대목이기도 했다.
김희애는 외로웠던 삶을 다시 마주하게 된 지선우의 처절한 슬픔과 비참함, 온갖 감정들을 다스리려 안간힘을 쓰는 지선우로 혼연일체 됐다. 선우의 어릴 적 상처를 드러내며 처연한 슬픔을 보여주는 가하면, 신뢰가 깨진 상실감과 애증까지 밀도 있게 그려냈다.
김희애표 감정의 냉온탕 열연 속에서 지선우의 강력한 카운터 펀치가 날아든 가운데 ‘부부의 세계’의 흥행 돌풍이 거세질 전망이다.
박정선 기자 park.jungsun@jt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