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강백호(21·KT 위즈)가 1루수로 변신한다. 서울고 시절 투수와 포수를 맡았던 그는, 2018년 프로 데뷔 후 타격에 집중하려고 외야수가 됐다. 첫 시즌에는 좌익수, 지난 시즌에는 우익수였다. 처음 맡은 외야 수비로 고생했다. 지난해 타율 0.336의 강백호는 “외야 수비도 인정받고 싶다”고 욕심냈다.
그러나 이강철 KT 감독은 고심 끝에 그를 1루로 보냈다. 지난 시즌 1루수를 맡았던 윤석민이 SK 와이번스로 트레이드됐다. 1루수 자리를 놓고 오태곤, 박승욱, 문상철이 스프링캠프에서 경쟁했지만, 이 감독은 결국 강백호 카드를 꺼냈다. 강백호는 "팀 사정에 맞게 도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보통 거포가 1루수를 맡는다. 다른 포지션보다 수비 부담이 덜해 타격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 이승엽(은퇴), 박병호(키움 히어로즈), 김태균(한화 이글스) 등이 1루수다. KT를 넘어 한국 야구의 차세대 4번 타자 후보로 꼽히는 강백호에게 1루수는 잘 어울린다. 자체 청백전에서 1루수로 나오는데, 수비에 대해서도 ‘안정적’이라는 평가다.
이원석(34·삼성 라이온즈)과 김문호(33·한화 이글스)는 다른 이유에서 1루수를 준비한다. 베테랑 3루수 이원석은 새로 온 외국인 타자 타일러 살라디노(31·미국)가 3루를 맡으면서 1루로 이동했다. 이원석은 올 시즌이 끝나면 자유계약선수(FA)가 된다. 낯선 자리를 맡았지만, 그는 “1루 수비도 잘 소화한다면 오히려 내 가치가 올라갈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롯데 자이언츠에서 방출돼 선수 생활을 끝낼 뻔했던 김문호는 올해 한화 유니폼을 입게 됐다. 원래 외야수지만 한화에 외야수 자원이 넘쳐 1루수 훈련을 하고 있다. 외야 수비 때와 달리, 가까운 곳에서 날아오는 송구를 받다 보니 손바닥에 멍까지 들었다. 그래도 그는 “1루수는 처음이다. 하지만 지금 포지션을 가릴 처지가 아니다. 마지막 기회”라고 말했다.
롯데 좌익수 전준우(34)는 올해 외야와 1루 수비를 병행한다. 최근 세 시즌 연속 3할대 타율을 기록한 그는 1루수가 되면서 타격에 더 집중하게 됐다. 원래 1루수인 이대호(38)는 지명타자가 돼 역시 수비 부담을 덜었다.
2차 드래프트를 통해 한화에서 LG 트윈스로 옮긴 정근우(38)는 원래 포지션인 2루수에 복귀한다. 전성기에 날쌘 수비로 한국을 대표했던 2루수지만, 나이가 들면서 밀렸다. 한화에서는 1루와 외야를 전전했다. LG에 오면서 다시 2루수를 맡게 됐다. 물론 류중일 감독 결정이다. 정근우는 “수비에 안정감을 주려고 하체 훈련을 많이 했다. 전성기만큼은 못 미치겠지만,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SK 투수 강지광(30)은 시속 154㎞의 강속구를 던졌지만, 어깨 통증으로 올해 외야수로 전향했다. 2012년에 이어 두 번째 타자 변신이다. 그는 “다시 타자가 되면서 이대로 선수 생활을 마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두려움이 많았다. 그러나 가족을 생각해 긍정적으로 열심히 훈련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