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전세계가 유례 없는 홍역을 앓고 있는 2020년, 극소수 국가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나라에서 축구가 중단됐다. 유럽프로축구 5대리그는 물론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중국 슈퍼리그, 일본 J리그 등 대부분이 코로나19의 벽에 가로막혀 일정을 치르지 못하고 있다. 개막을 일주일 앞두고 코로나19 때문에 무기한 연기를 결정한 K리그도 마찬가지다.
개막 연기를 결정할 때만 해도, 한국프로축구연맹은 4월 무렵 개막을 염두에 뒀었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되고 국내에서도 개학이 연기되거나 온라인으로 대체되는 등 개막일을 결정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졌다. 위기경보는 여전히 심각 단계로 유지되고 있고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요청도 19일까지 2주 연장됐다. 다행히 최근 일주일 가까이 신규 확진자 수가 30여 명으로 안정화 추이를 보이면서 개막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모양새다.
일정 정도의 일상활동을 허용하면서 감염 예방·전파차단 활동을 병행하는 생활 방역 단계에 접어들게 되면 K리그 개막 가능성도 높아진다. 축구팬들의 반응은 두 갈래로 갈린다. "무관중 경기라도 리그를 개막하는 것이 낫지 않겠냐"는 의견과 "섣부른 리그 개막은 위험하다"는 의견이다. 아직은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완벽하게 안정됐다고 말하기 어려운 만큼, 보다 신중하게 개막을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세지만 시즌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선 늦어도 5월 안에 개막해야 한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당장 코로나19로 개막이 무기한 연기된 탓에 연맹과 K리그 22개 구단(K리그1 12개 팀·K리그2 10개 팀)의 올해 매출액 감소가 575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 만큼, 무관중으로라도 리그를 재개하는 것이 옳다는 의견이다. 여기엔 세계적으로 축구가 멈춘 상황에서 K리그가 개막할 경우 전세계 축구팬들의 시선을 잡아끄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희망적인 시선도 곁들여졌다.
그러나 전체적인 분위기는 신중론 쪽으로 기운다. 섣불리 개막해 리그를 진행하다가 확진자가 발생하기라도 한다면 더 큰 문제라는 사실에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연맹 측도 개막 일정 확정에는 최대한 신중을 기한다는 입장이다. 확진자 수가 감소하고 있다곤 해도 세컨드 웨이브(2차 대유행) 우려가 있는 만큼,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이 또다시 연장될 가능성 역시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주변국의 추세도 신중함을 더하게 하는 요소다. 일본 J리그는 자국 내 확진자 수 증가로 인해 또 한 번 개막 목표 일자를 뒤로 미뤘다. 닛칸스포츠 등 복수의 일본 언론은 "J리그가 각각 6월, 7월, 8월에 리그를 재개하는 3개의 시나리오를 갖고 일정을 다시 짰다"고 보도했다. 사실상 2020년 상반기 리그 재개는 불가능하다는 전망 속에서 그 중 7월 재개설에 무게가 쏠리는 중이다. 하지만 네 번이나 미뤄진 개막 시나리오를 고려하면, 7월 중 재개도 쉽지 않을 수 있다는 비관적인 시선이 많다.
J리그 뿐만이 아니다. 중국 슈퍼리그도 무기한 연기된 상황에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역시 상반기 일정을 모두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AFC는 14일 가맹국 리그 사무국에 공문을 보내 5~6월 모든 경기도 무기한 연기하고 추후 공지하겠다고 알려왔다. 각 국가마다 코로나19 현황이 다른 만큼, 국가클럽대항전으로 치러지는 ACL은 정상 개최가 더욱 어려워지는 분위기다. 일단 연맹은 이번 주와 다음 주까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발생 추이를 지켜본 뒤, 추후 이사회를 통해 개막 일정을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