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아우크스부르크 드림팀 멤버로 뽑힌 구자철(31·알 가라파·사진)은 감사 인사부터 했다. 아우크스부르크가 12일 팬 투표로 뽑은 역대 베스트11을 발표했는데, 구자철은 미드필더에 이름을 올렸다.
2~4부를 전전하던 아우크스부르크는 최근 8시즌 연속 1부 리그에 잔류했다. 구자철은 2011~12시즌 임대돼, 5골을 터트렸다. 6시즌 동안 155경기(23골)에 출전했다. 그는 “어떤 이는 ‘아우크스부르크라서 주전으로 뛴 것’이라고도 하는데, 분데스리가에서 8년 반을 뛴 건 보기보다 힘들었던 일”이라고 말했다.
구자철은 볼프스부르크 소속이던 2011년 아우크스부르크 원정경기를 출전했다. 그는 “(아우크스부르크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팀이었다. 우리가 뒤졌는데 볼 보이가 공까지 천천히 줘 화났다. 그런데 그 시즌 아우크스부르크로 임대됐다. 강등권이라 승점 1을 위해 선수와 팬, 볼 보이까지 간절했다”고 말했다.
구자철은 “아우크스부르크는 훈련장에 쥐가 나올 만큼 열악했다. 그런 팀이 잔류하자 한 해설자가 ‘재정이 탄탄한 팀이 남아야 했다’고 말했다. 지금은 운동장 3개와 클럽하우스를 구축했고, 선수 한 명 영입에 100억원을 쓸 수 있는 팀이 됐다”며 뿌듯해했다.
아우크스부르크는 14일 소셜미디어에 구자철의 편지를 게재했다. 구자철은 “‘코로나19로 힘들지만, 임금 삭감 없이 다음 프로젝트를 준비할 시간으로 삼겠다’고 말한 구단주 인터뷰를 봤다. 재정적으로 무너지지 않고 드라이브 스루로 주민들에게 물을 나눠주는 걸 지지한다고 편지를 보냈다”고 전했다.
아우크스부르크는 지동원(현 마인츠)·홍정호(전북)·천성훈 등 여러 한국 선수를 영입했다. 모두 구자철이 잘했던 덕분이다. 구자철은 “선수 모두가 노력한 결과다. 단장에게 ‘한국인은 책임감이 강하다’고 말한 적은 있다. 나부터 운동장에 일찍 나가 훈련했다. 최근에도 독일 3개 팀 단장과 감독이 전화로 한 한국 선수에 관해 물어봤다. 누군지는 비밀”이라며 웃었다.
지난해 여름 카타르로 건너간 구자철은 “지금 이곳은 확진자가 3500명이고, 지난달 리그가 중단됐다. 일주일에 나흘은 홈 트레이닝을 하고, 이틀은 훈련장에 간다. 구단에서 선수 한 명씩 따로 훈련하게 일정을 짰다. 의무진이 늘 대기하고 있어 환경은 좋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