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시즌이 끝난 뒤 데뷔 첫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취득했다. 포수는 역대 FA 시장에서 귀한 대접을 받았다. 1년 전에는 양의지(NC·125억원) 이재원(SK·69억원)이 연이어 잭폿을 터트렸다. 두 선수보다 주목도는 떨어졌지만 부르는 게 값이라는 포수 포지션의 특성상 '중박'의 꿈이 영글었다.
결과는 기대와 달랐다. 4년 최대 13억원(계약금 1억원, 연봉 2억원, 옵션 4억원)에 NC 잔류를 택했다. 보장금액 9억원. 옵션 달성을 하지 못하면 연평균 금액은 2억원을 약간 상회한다.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FA 대형 계약과는 온도 차이가 존재했다. 직전 시즌 연봉이 2억3000만원이라는 걸 고려하면 연봉은 오히려 FA 계약 이후 깎였다.
판세가 불리하게 돌아갔다. 롯데가 트레이드로 안방을 강화한 게 결정적이었다. 포수 영입을 원했던 롯데는 부산고 출신 김태군의 유력 행선지 중 하나였다. 그런데 한화와 트레이드로 지성준을 영입해 FA 시장에서 발을 뺐다. 선택지가 줄어드니 몸값도 휘청거렸다. FA 과다 지출을 경계하는 리그 기조도 영향을 끼쳤다. 구단들이 지갑을 닫았다.
김태군은 "마음을 내려놓는 게 쉽지 않았다. 지금은 아니지만, 스프링캠프 때는 잠을 잘 자지 못하였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이어 "말처럼 쉽지 않지만 내가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이다. (FA 계약 이후) 인생이 끝난 것도 아니고 (나이가) 젊지 않나"라고 되돌아봤다.
지난해 8월 경찰야구단에서 복귀했다. 제대 후 닷새 뒤 곧바로 1군에 등록됐다. 그만큼 기대가 컸다. 그런데 고질적인 약점인 공격력 약화가 두드러졌다. 18경기에서 기록한 타율이 0.182(22타수 4안타)에 불과했다. 2루타 이상 장타가 단 하나도 없었다. 그는 "제대 후 팀에 복귀했을 때 생각보다 경기 감각이 많이 부족했던 거 같다. 2년 동안 준비를 많이 했다고 생각했는데 준비한 결과물이 나오지 않더라. 거기에서 실망감을 느꼈다"고 했다. 타격 부진은 FA 계약에도 영향을 줬다.
지난 2월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절치부심했다. 마음을 쉽게 잡을 수 없었지만, 훈련에 집중했다. FA 계약을 잊고 부족했던 부분을 보완했다. 김태군은 "연습하던 걸 꾸준히 하다 보니 캠프 때 좋은 느낌이 왔다. 그 부분에 포커스를 맞췄다"며 "캠프 스케줄을 3~4턴 정도 하니 시간이 보름 정도 흘렀었다. 그때 한 번 나를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내가 책임져야 할 부분이 있다. 연습경기에 나가서 마음을 편하게 하니 결과도 잘 나왔다"고 했다.
개인보다는 팀을 바라본다. NC 포수진은 프로야구 10개 구단 중 최고 수준이다. 국가대표 주전 양의지를 필두로 김형준, 정범모 그리고 김태군까지 버틴다. 양의지의 백업 자리를 놓고 최소 3명이 경쟁한다. FA 계약을 한 김태군도 출전 시간을 보장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그는 "개인적인 목표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창단 때부터 고생한 동생이나 형들하고 우승컵을 한 번 들어봤으면 한다. 다른 건 없다"고 담담하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