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내야수 최주환(32)은 지난 시즌에 리그 정상급 2루수로 도약할 수 있는 자질을 증명했다.
2006년에 입단한 그는 내야 선수층이 두꺼운 두산에서 10년 가까이 자리를 잡지 못했다. 상무 야구단에서 군 복무를 한 2010년에는 퓨처스 북부리그에서 타격 6관왕을 차지했다. 2015시즌에는 100경기에 출전하며 개인 최다인 266타석을 소화하기도 했다. 타격 성적도 좋았다. 2012~2016시즌 평균 타율은 0.280이다. 그러나 수비력이 뒷받침되지 않았다. 반쪽 선수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했다.
최주환의 도약 기점은 2017시즌이다. 2, 3루수로 564⅓이닝 소화했다. 주전 선수의 부상과 부진으로 생긴 공백을 메우며 수비 경험을 쌓았다. 김태형 감독도 선수의 의지를 높이 샀다. 감량하고 스프링캠프에 참가한 그를 주목했고, 개막 뒤 좋은 모습을 이어갈 때는 "경험이 쌓이면서 자신감도 생긴 것 같다"며 독려했다. 곡해했던 코치진의 조언도 진정한 의미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2019시즌에는 안정감까지 주는 내야수로 발돋움했다. 주전 오재원이 타격감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닝을 양분했다. 2루수로 나선 474이닝 동안 실책은 2개뿐이다. 포구 실책은 없었다. 포스트시즌에도 무난한 수비를 보여줬다.
이제 타격 능력만 갖춘 선수로 평가되지 않는다. 2020시즌 목표는 포지션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이다. 아직 풀타임으로 한 자리를 소화한 시즌은 없다. 2020시즌도 주장 오재원과 경합이다. 스프링캠프 컨디션은 최주환이 앞서지만, 기존 주전의 저력과 무형 가치도 무시할 수 없다.
전망은 밟다. 최주환은 겨우내 8kg을 감량해 가동 범위를 넓혔다. 26홈런을 때려낸 2018시즌 장타력을 회복하고, 2019시즌에 향상된 수비력을 유지하면 주전 도약을 넘어 공수 능력을 갖춘 2루수로 재평가받을 수 있다.
향상된 수비 능력이 주목되는 내야수가 한 명 더 있다. KT 주전 3루수 황재균(33)이다. 그는 공격 퍼포먼스가 더 두드러진다. KBO 리그에서 뛴 최근 네 시즌 연속 20홈런 이상 기록했다. 벌크업을 통해 장타력 향상을 노린 이력이 있고, 홈런 더비에도 나섰다.
수비력 평가는 반작용이 있었다. 실제보다 저평가됐다. 그러나 2019시즌에 남긴 기록은 객관적인 평가에 유의미한 지표가 될 수 있다. 수비율(0.969), 실책(10개)은 리그 1위 기록에 조금 모자란다. 7.49를 기록한 수비 범위 관련 득점 기여(RNG·스탯티즈 기준)는 단연 1위다. 좌우 타구 처리 범위가 넓다는 의미다. 평균 대비 수비 승리 기여(WAA)도 리그 3루수 가운데 유일하게 1.000을 넘었다.
RNG는 2018시즌에 비해서도 크게 상승했다. 체중 감량으로 순발력 향상을 이룬 덕분이다. 어깨는 원래 좋았다. 2020시즌을 앞두고도 유연성 향상과 체지방 감소를 노렸다. 황재균은 "실책도 10개 미만으로 줄이겠다"고 했다. 2020시즌에는 그의 수비 퍼포먼스에 주목하는 것도 KT 야구를 즐기는 재미가 될 수 있다.
KT 유격수 심우준(25)은 비로소 잠재력을 증명한 사례다. 경기고 시절부터 빼어난 수비력을 인정받았고, 10구단 KT의 주전 유격수로 기대받았다. 그러나 성장세가 더뎠다. 풀타임을 치른 시즌은 있지만 확실한 주전으로 평가받진 못했다. 클러치 상황에서는 종종 송구와 포구가 흔들렸다.
지난 시즌은 리그 대표 유격수들에게도 뒤지지 않는 경기력을 보여줬다. 900이닝 소화한 유격수 가운데 가장 높은 수비율(0.982), 최소 실책(9개)를 기록했다. WAA는 전체 3위(1.240). 후반기 실책은 2개뿐이다.
시즌 초반에는 공격력 강화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백업으로 밀렸지만, 이내 안정감 있는 유격수가 왜 필요한지 증명했다. 선수도 2019시즌을 치르며 자신감이 상승한 모양새다. 미국 애리조나에서 치른 스프링캠프에서는 메이저리거 출신 강정호와 함께 훈련하며 시야를 넓히기도 했다. 이름값보다 훨씬 좋은 퍼포먼스가 기대되는 유격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