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중 가장 푸르른 날, 기다렸던 그 공이 하늘을 날아간다. 2020 KBO 리그 정규시즌이 어린이날 막을 올린다.
KBO는 21일 오전 10시 서울 도곡동 캠코양재타워에서 2020년 제4차 이사회를 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연기됐던 정규시즌 개막일을 5월 5일 어린이날로 확정했다. 당초 5월의 첫날인 1일 개막 가능성이 유력하게 점쳐졌지만, 정부가 지난 20일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기간을 5월 5일까지 연장한 점을 고려해 나흘 뒤인 어린이날로 개막일을 골랐다.
어린이날 경기는 KBO 리그 개막 이래 줄곧 최고의 흥행 카드 가운데 하나로 꼽혀왔다. 수많은 어린이 팬이 야구장을 찾아 좋아하는 팀을 응원하고, 좋아하는 선수들과 다채로운 이벤트를 즐기곤 했다. 그러나 올해는 역대 최초로 전국 야구장이 '어린이 없는' 어린이날을 맞이해야 한다. 관중석이 텅 빈 채 올해의 야구를 시작해야 한다.
개막 초반 안전한 리그 운영을 위해 무관중 경기를 진행하기로 결정해서다. KBO는 이후 코로나19 상황 추이를 보면서 관중 입장을 단계적으로 허용한다는 입장이다. 류대환 KBO 사무총장은 "이 문제를 두고 여러 고민을 했다. 소수 인원이라도 유료 관중 입장이 가능하다면 좋겠지만, 아직은 관중 입장에 무리가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며 "KBO와 구단들이 고민하는 부분은 여러 미디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마케팅으로 메워 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7월 열릴 예정이던 올스타전은 기존 방침대로 취소된다. 올스타 브레이크를 없애야 개막 연기로 인한 일정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포스트시즌도 준플레이오프에 한해 3선승제를 2선승제로 축소했다. 11월 2일 정규시즌 종료 후 4일부터 포스트시즌에 돌입하고 11월 15일 이후에 시작되거나 이 날짜가 포함되는 시리즈는 모두 고척스카이돔에서 중립경기로 치른다. 한국시리즈 종료일은 11월 28일로 계획하고 있다.
가장 관심을 모았던 팀 당 경기 수는 일단 144경기 체제로 유지한다. 다만 시즌 중 확진자가 발생해 리그가 중단될 경우 경기수를 단계 별로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단 리그를 중단해야 하는 확진자의 범위는 선수단 그리고 현장에서 선수들과 호흡하는 사람들로 한정했다. 관중 가운데 확진자가 나오면 이틀간 야구장을 폐쇄하고 방역한다.
류 총장은 "팀 당 144경기로 시작은 하되, 선수단 내 확진자가 나오면 2~3주 가량 리그가 중단될 수 있어 경기 수를 점진적으로 줄여가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며 "여러 변수가 있다 보니 향후 경기 수가 어떻게 될 지는 알 수가 없다. 나중에 상황이 발생하면 긴급 이사회를 열어 다시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정이 뒤로 밀리는 사태를 막기 위해 시즌 중 우천 취소시에는 더블헤더(혹서기인 7월과 8월 제외)와 월요일 경기를 강행한다. 선수들의 체력적 부담을 고려해 더블헤더와 월요일 경기 시에는 연장전을 치르지 않는다. 또한 더블헤더 때는 엔트리를 한 명 추가하고, 3연전 체제가 2연전 체제로 바뀌는 시점부터는 확대 엔트리(5명)를 앞당겨 시행하기로 했다.
트레이드 마감 시한을 비롯한 각종 일정 변경은 추후 KBO 실행위원회에서 다시 논의될 예정이지만, 육성 선수의 정식 선수 등록은 기존대로 5월 1일부터 가능하다.
류 총장은 "개막까지 남은 시간이 더 생긴 만큼 21일부터 시작된 팀 간 연습경기를 팀 당 3경기 정도 더 편성할 예정"이라며 "코로나19 대응 매뉴얼과 관련한 공식 페널티는 없지만, KBO에서 강력하게 권고하는 내용들이다.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