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집해제 이후 3년만에 돌아온 이민호(33)가 보여주는 연기에 대한 부족함이 불과 4회만에 드러나며 드라마의 몰입도를 떨구고 있다.
이민호는 SBS 금토극 '더 킹 : 영원의 군주'에서 대한민국의 3대 황제 이곤을 맡았다. 수려한 외모와 기품 있는 자태, 고요한 성품에 문무를 겸비한 완벽한 군주지만 사실 말수 적고 실수 없고 예민하고 강박적인 인물이다. 캐릭터를 위해 체중을 덜어내고 비주얼을 가꾸는 등 노력을 많이 했다. 문제는 너무 외모만 신경을 쓴 탓일까. 10년 넘게 같은 연기의 반복이다. 섬세한 감정 연기부터 비교적 쉬워보이는 먹방까지 뭐 하나 '잘한다'는 말을 이끌어내지 못 하고 있다. 기대치를 낮췄어야 했을까.
◇ 제국고 졸업하고 황실로 온 김탄
그는 2013년에도 김은숙 작가의 '상속자들'에 출연했다. 고등학교가 배경이지만 재벌가이기에 일반 학교와 달랐다. 대사나 주요 장치에서 유치한 모습이 많이 엿보였다. 지금도 오글거리는 장면으로 회자될만한 우스운 장면도 많다. 그럼에도 학원물이라는 포장으로 잘 넘어갔지만 이번엔 아니다. 대사를 배우 자신의 톤으로 잘 살리내는게 연기의 포인트. 김은숙 작가의 작품 남자주인공들은 대체적으로 까칠하다. 그러면서 내 여자에겐 장난스럽고 다정한게 포인트. 그랬기에 박신양·현빈·송중기 모두 달라보였다. 이민호는 자기 복제다. '상속자들' 김탄과 달랐어야하지만 여전히 그대로고 더 위로 거슬러 올라가 '꽃보다 남자' 구준표와도 다를게 없다. 결국 캐릭터 연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안일하게 생각해 이 같은 결과를 가져왔다.
김은숙 작가의 작품에 중요한 또 하나는 케미스트리. 박신양·김정은 현빈·하지원 공유·김고은 이병헌·김태리가 그러했듯 눈빛만 봐도 설렘 지수가 넘쳤다. 이민호와 김고은의 투샷은 이미 봐 온 '도깨비' 속과 닮았다. 피지컬 케미스트리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쳐도 이민호의 연기는 아쉬울 때가 많다. 뭉개진 발음과 대사 처리는 전달력이 부족해 음량을 키워도 소통불가다. 특히 지난 3회 초반 김고은과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몰입 저하 연기에 끝을 내달렸다. 입안에 사탕을 물었는지 좋지 않은 발음은 미간을 찌푸리게 하고 반면 이민호의 눈빛은 너무 진지하다. 케미스트리로 스파크가 튀어도 모자를 판에 연기력만 신경쓰이니 바라보는 시청자들도 답답하다.
◇ 다이어트 부르는 치킨 먹방
먹는 장면에서도 부족함은 여실히 드러난다. 이민호는 '더 킹' 합류와 함께 한 치킨브랜드 모델로 발탁됐다. 톱스타들이 선호하는 광고군 중 하나인 치킨. 과거에도 다른 브랜드 치킨 모델로 나선 적이 있다. 예전부터 이민호는 이상하리만큼 촬영 중 실제 음식을 먹는 걸 꺼려왔다. 과거 치킨 광고에도 먹는 장면이 아닌 치킨을 들고 설명하는 듯한 모습이 많았다. 이번에는 달라졌다. 먹지 않던 이민호가 드디어 닭을 입 앞에 가져갔다. 그러나 먹는게 익숙하지 않아서일까 먹방도 어설프다. '치킨을 앞에 두고 저렇게 맛 없게 먹을 수 있을까'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어색하다.
이러니 '한결같다'는 말이 나온다. '꽃보다 남자' 구준표부터 '상속자들'김탄을 거쳐 '더 킹' 이곤까지 다른 의미로 참 한결같은 연기력이다. 또래 배우들인 김수현·주원 등이 연기 변신을 하며 지상파 연기대상에서 20대라는 어린 나이에 대상을 거머쥔 것과 다른 행보다. 그저 이민호에게 남은 건 '한류스타'라는 허울 좋은 수식어 뿐. 듣기 좋은 말도 한 두번이라고 언제까지 '한류스타'로 남을 수 있을 지도 의문이다.
주인공이 중심을 못 잡으니 시청률이 좋을 리 없다. 지난주 첫방송은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았기에 두 자릿수로 출발했다.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1회 10.1% 11.4% 2회 8.4% 11.6%를 기록했다. 이번주에는 두 자릿수를 구경도 못 할 지경에 이르렀다. 3회는 7.8% 9.0% 4회 8.0% 9.7%로 첫 주보다 더 떨어졌다. 배우의 커리어에는 흠집이 갔지만 드라마 자체에 타격은 없다. 300억원대 대작이지만 SBS 방영권료와 넷플릭스 판권으로 제작비를 이미 회수했고 간접광고(PPL)까지 감안하면 프로젝트 마진은 30%가 넘을 것이라는게 분석가들의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