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션에도 스핀오프가 있다면 Mnet '로드 투 킹덤'이 대표할 수 있다. '킹덤'을 위한 서브 프로그램인데다가 자사 신인그룹까지 끼워 넣었다. 출연자 섭외 기준도 없어 제각각 연차의 아이돌 그룹들이 대거 출연하는 그야말로 '스핀오프가 망하는 이유'가 집약된 시작이다.
대선배 펜타곤→금수저 TOO 걸그룹 전쟁으로 화제를 모은 '퀸덤'의 시즌2격인 '로드 투 킹덤'은 30일 첫 방송을 앞뒀다. 이 프로그램의 우승 혜택은 '킹덤' 출연 우선권이다. '로드 투 킹덤'의 성공이 '킹덤'의 산뜻한 출발을 좌우할 수 있는 중대한 프로젝트라는 동시에, '킹'들의 전쟁엔 낄 수 없는 그룹들을 모아 인기를 줄세우겠다는 기획의도가 녹아 있다. 전쟁에 나선 7팀은 펜타곤, 온앤오프, 골든차일드, 더보이즈, 베리베리, 원어스, TOO(티오오)다. 차트 역주행에 음악방송 1위 후보까지 오른 5년 차 펜타곤과 데뷔 한 달 차 TOO가 같은 라인업에 끼어 있어 의문을 자아낸다. 앞선 제작발표회에서도 펜타곤은 다른 출연자들의 선배 대접을 받으며 여유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박찬욱 CP는 "음악방송 1위 팀을 모은 것이 '퀸덤'이라면 '로드 투 킹덤'은 '킹덤'으로 가기 전 단계 프로그램으로, 보다 많은 팀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주고자 했다. 특별한 기준을 선정하지는 않았다. 다만 왕이 될 수 있는 발전 가능성이 많은 그룹을 모았다. 자체 프로듀싱을 한다거나 안무를 짠다거나 하는 실력이 있는 그룹을 섭외 리스트에 올렸다"고 설명했다. 그룹의 발전가능성을 논하기엔 지난 3일 데뷔한 TOO의 출연은 이르다. TOO는 Mnet '투 비 월드 클래스(TO BE WORLD KLASS)'를 통해 결성된 신인 그룹으로 데뷔 전부터 CJ ENM의 대규모 해외 행사인 K-콘 무대를 밟은 바 있어, 이번 출연은 특혜로도 보여진다. 자사 채널을 이용해 더 많은 방송출연의 기회를 얻었기 때문이다. TOO는 "우리에게 정말 큰 기회라고 생각한다. 최선을 다하고 이 기회를 통해 우리가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제식구 챙기려다 발등 찍나 '로드 투 킹덤'의 약점은 대중성이다. 음악방송 1위에 오른 팀들이 모인 '퀸덤'의 경우 비교적 인지도가 있어 출연자들의 매력을 자연스럽게 보여주기 충분했는데, '로드 투 킹덤'은 제작진의 편집 능력에 따라 그룹들의 인지도 상승 여부가 달라질 전망이다. 열성적인 보이그룹 팬덤 사이에서 이른바 '악마의 편집'이 제기될 가능성도 높다. 다양한 경연곡 미션을 수행하는데도 어려움이 따른다. 펜타곤이 TOO의 데뷔곡을 배운다는 상황은 있을 수 없기에, '퀸덤'에서 최고로 히트 쳤던 '곡 바꿔 부르기 미션'은 이미 물 건너간 셈이다. 제작진은 일간스포츠에 "'퀸덤'에 비해서 '로드 투 킹덤' 출연 아티스트의 곡들을 대중이 잘 알지 못하는 점을 인지하고 있으며, 이 부분이 약점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따라서 '퀸덤'과는 미션 방식이 약간 다르다. 본인 곡을 선보이기도 하지만 다른 아티스트의 곡을 자신들만의 개성으로 재해석한 새로운 무대들도 많이 보여줄 것이다. 여러가지 다양한 무대를 만들고자 미션을 고심했고, 구체적인 미션 방식은 방송을 통해 확인 부탁드린다"고 답변했다. 일단 1차 경연은 원조 아이돌 그룹 커버 무대라는 식상함을 택했다. 매년 연말이면 나오는 단골 아이템으로 '로드 투 킹덤'은 대중성 확보를 위해 H.O.T., 신화, 동방신기, 샤이니, 태민. 블락비, 세븐틴의 히트곡을 이용했다.
'오디션 명가' 신뢰 회복? '프로듀스' 시리즈 조작 의혹이 제기되고 경찰의 압수수색 등이 벌어질 당시 방영했던 '투 비 월드클래스'는 초라한 종영을 맞으며 TOO를 배출했다. 투표 조작 혐의에 재판은 현재 진행 중이며, 27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4차 공판에 출석한 Mnet 소속 안모PD와 김모CP 등의 법률대리인은 "소속사로 부터 받은 청탁은 없었으며 시청률 등 성과 압박으로 인한 조작이었다" 입장을 재차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드 투 킹덤'은 Mnet의 시청자 신뢰 회복을 보여줄 수 있는 시험무대인 셈이다. 논란 이후 CJ ENM에 따르면 참관인 제도 등을 마련해 경연에 투명성을 강조하는 노력을 해왔다. '로드 투 킹덤' 또한 "참관인 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며 개표할 때와 개표를 전산화할 때 각 팀의 매니저들까지 참관하게 한다"고 공정성을 강조했다. 한 방송 관계자는 "아이돌 프로그램을 론칭하려는 시도가 곳곳에서 있었다. '로드 투 킹덤'을 시청자들이 얼마나 받아줄 수 있을지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면서 '오디션 명가'라는 예전 Mnet의 명성에 기대를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