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시즌 KBO 리그는 파행의 연속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여파로 다음달 5일 '지각' 개막한다. 미국, 일본보다는 상황이 낫다. 두 나라는 코로나19 감염자가 속출해 리그 시작 시점을 가늠하기가 힘들다. 특히 미국은 지난 12일 50개 주(州)가 모두 재난 지역으로 선포됐다.
KBO 리그도 간접 영향을 받는다. 대표적인 게 외국인 투수다. 대체 외인 수급 시장인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가 올 스톱 됐다. A구단 외국인 스카우트는 "미국은 리그가 언제 시작될지 모른다. 6월로 예상은 되지만 마이너리그를 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도 있다. 마이너리그는 관중 수입으로 운영되는데 무관중을 하게 되면 손해"라고 했다.
아프거나 부진한 선수가 나오더라도 교체가 쉽지 않다. 지난 12일 무관중으로 개막한 CPBL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이유다. B구단 외국인 스카우트는 "(CPBL에서 뛰고 있는 선수 명단을) 안 그래도 보고 있는데 KBO 리그에서 뛰었던 선수가 많다"고 귀띔했다.
CPBL은 4개 팀(퉁이·라쿠텐·중신·푸방)으로 운영된다. 라이언 피어밴드(퉁이·전 KT) 리살베르토 보니야(라쿠텐·전 삼성) 헨리 소사(푸방·전 SK) 에스밀 로저스(중신·전 한화) 등 KBO 리그 경험이 있는 투수가 각 팀에 분포돼 있다. 조건만 맞으면 영입 과정을 단축할 수 있다. 검증 과정이 짧을 수밖에 없다. 리그 적응도 빠르게 할 수 있다.
'뉴 페이스'도 있다. 쿠바 출신으로 메이저리그 통산 13승을 기록한 아리엘 미란다가 대표적이다. 올 시즌부터 중신 브라더스에서 뛰게 된 미란다는 2018년과 2019년 일본 최강팀 소프트뱅크에서 활약했다. 제구 불안이 고질적이지만 2년 동안 13승 6패 평균자책점 3.37로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B구단 외국인 스카우트는 "CPBL에 새로 간 선수 중에서 저스틴 니콜리노(라쿠텐)와 미란가 정도가 눈길을 끈다. 미란다가 괜찮다. 왼손에 공도 빠르고 일본에서도 뛰었다. 중신에서 풀 개런티로 60만 달러(7억3000만원)를 받는다"고 했다. 계약 조건이 월봉이 아닌 풀 개런티라는 건 팀에서 그 선수에 거는 기대가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영입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미국의 문이 닫히면서 대체 외인 구인난에 시달리는 건 KBO 리그나 CPBL이나 마찬가지다. 지난해 중반 SK가 영입했던 소사는 푸방 가디언스와 풀 개런티 계약을 했다는 얘기가 있다. 선수를 빼앗기지 않겠다는 의지다. 로저스는 50만 달러(6억1000만원) 니콜리노가 30만 달러(3억7000만원)에 각각 풀 개런티 계약이라는 얘기가 외국인 선수 시장에서 돌고 있다. KBO 리그 구단이 대체 외인에 투자할 수 있는 최대 금액과 큰 차이가 없다.
소사의 영입 실패를 곱씹는 구단도 있다. 지난해 6월 푸방에서 SK로 이적한 소사는 당시 대만리그 최고 투수였다. 성적이 8승 2패 평균자책점 1.56. 이닝당 출루허용(WHIP)이 0.81에 불과했다. 브룩 다익손을 퇴출한 SK는 롯데와 경쟁 끝에 총액 52만 달러(6억3000만원)를 투자해 소사를 데려왔다.
소사는 첫 12경기에서 8승을 따내며 기대에 부응했다. 그러나 후반기 막판 페이스가 꺾였고 포스트시즌 부진이 겹쳐 재계약에 실패했다. C구단 운영팀 관계자는 "소사를 영입한 SK가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대만에서 소사보다 더 좋은 성적을 올려야 영입이 가능하지 않을까. 피어밴드, 보니야는 뻔히 아는 선수다. 결단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동안 CPBL은 KBO 리그가 주목하는 리그가 아니었다. 외국인 선수도 마찬가지다. 한 수 아래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지형이 약간 달라졌다. 대체 외인 투수 시장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2020시즌 새로운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