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1(1부리그) 12개 구단이 품고 있는 각자의 얘기들 속에도 흥행을 위한 가장 달콤한 키워드인 '경쟁의식'이 숨어있다. '슈퍼매치'로 묶인 전통의 경쟁 관계 수원 삼성과 FC 서울이 그렇고, '동해안 더비' 때마다 뜨거워지는 울산 현대와 포항 스틸러스의 관계가 그렇다. 그러나 K리그1 모든 경쟁 관계는 그저 오래된 라이벌 구도에서만 만들어지진 않는다. 매 시즌 이야깃거리가 쌓이고, 치르는 경기 수가 늘어감에 따라 어느 순간, '이 팀만은 꼭 이기고 싶다'는 의욕이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구단 관계자들과 팬 사이에서도 공감대를 얻고 커져간다면 그것이 곧 새로운 경쟁 관계로 나아가는 토대가 된다.
일간스포츠는 2020시즌 K리그1 개막을 앞두고 지난 시즌의 흥행이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K리그를 이끌어가는 K리그1 12개 구단의 수장들에게 '2020년의 약속'을 물었다. 올 시즌 반드시, 한 번이라도 '이 팀'만은 꺾고 말겠다는 그들의 의지 역시 약속에 담았다.
◇이겨보지 못한 너, 이번엔 꼭 이긴다
정원주 광주 FC 대표이사와 김광국 울산 현대 대표이사는 꼭 한 번 이겨보고 싶은 상대로 포항 스틸러스를 지목했다. 이유가 있다. 광주는 2011년 창단 후 지금까지 포항에 한 번도 승리하지 못했다. 역대 상대전적 5무10패. 전신인 광주 상무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도 2006년 삼성하우젠컵 당시 거둔 1승이 전부다.
정 대표이사는 "팀이 연승을 달리다가도 포항만 만나면 유독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았다"며 "특히 2017년 강등이 확정된 마지막 경기에서 포항에 0-4 패배를 당했는데, 3년만에 재대결을 앞두고 있는 만큼 멋진 경기 보여드리겠다. 당시 포항 코치였던 박진섭 감독이 광주 지도자로 있으니 그 빚을 제대로 갚아줄 것이라 생각한다"고 굳은 의지를 보였다.
'동해안 더비' 라이벌인 울산의 김 대표이사가 포항을 지목한 이유도 비슷하다. 김 대표이사는 "2019년 23승10무5패로 2위를 했다. 5패 중 3패를 안겨준 팀이 포항"이라며 "한 번이라도 지지 않겠다"고 결연한 답변을 내놨다. 역대 '동해안 더비' 성적에서도 포항이 61승50무53패로 근소하게 앞서고 있고, 지난 시즌 최종전 1-4 패배로 준우승에 머문 한도 담겨있다.
이기지 못한 팀을 잡겠다는 각오는 다른 구단도 마찬가지다. 강명원 FC 서울 단장은 "이번 시즌은 K리그1 11개 구단 모두를 상대로 승리를 거둬보고 싶다"고 운을 뗀 뒤 "지난 시즌은 전북과 울산 두 팀으로부터 승리를 가져오지 못했다. 준비를 철저히 해서 모든 팀들을 상대로 승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전 구단 상대 승리'를 선언했다. 박종완 강원 FC 대표이사 역시 "지난 시즌 한 번도 이기지 못했던 울산, 대구, 수원은 올해 꼭 잡고 싶다"고 칼을 갈았다.
◇만나고 싶은 상대, 이기고 싶은 상대…서울 그리고 전북
만나서 꼭 이기고 싶은 상대로 가장 많이 지목 받은 팀은 전북 현대와 서울이다. K리그1 '1강'으로 군림하는 전북을 잡고 싶어하는 팀들은 인천 유나이티드와 상주 상무 그리고 포항이다. 전달수 인천 대표이사와 신봉철 상주 대표이사, 양흥열 포항 대표이사까지 모두 '이기고 싶은 팀'에 전북의 이름을 적어냈다.
서울도 세 팀이 지목했다. 이유는 제각각이었다. "서울은 이기고 싶다"고 지목한 은수미 성남 FC 구단주는 "김남일 감독이 중국에서 FC 서울 최용수 감독과 함께 지도자 생활을 했었다. 최용수 감독을 만나면 이기고 싶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우리 팬들도 인접한 지리적 여건 때문에 그런지 서울에 지는 것을 무척 싫어한다"고 강조했다.
또 지난 시즌 '대구발 돌풍'을 일으키며 K리그 최고의 인기 구단 중 하나로 발돋움한 조광래 대구 FC 대표이사도 서울에 한 표를 던졌다. "서울과는 이야기가 많다"고 말문을 연 조 대표이사는 "지난 해 서울을 상대로 1무3패를 기록했고,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진출을 확정 짓는 마지막 경기에서도 서울을 만났다"며 "올해는 서울을 상대로 더 강한 모습을 보여줄 자신이 있다"고 승리에 대한 강한 열의를 보였다.
서울을 이기고 싶어하는 팀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슈퍼매치' 라이벌 수원 삼성이다. 오동석 수원 단장은 "우리 팬들이 슈퍼매치 승리를 얼마나 고대하고 있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서울과 경기에서 만큼은 반드시 승리하도록 하겠다"고 결연한 의지를 드러냈다.
◇가장 높은 곳과 가장 낮은 곳, 서로 다른 이유
굳이 한 팀을 꼽아 얘기하지 않은 팀들이 있다. 지난 시즌 우승팀 전북과 플레이오프를 거쳐 승격에 성공한 부산 아이파크, 두 팀이다. 어떤 팀의 이름도 입에 올리지 않은 건 같지만 이유는 상반된다.
허병길 전북 대표이사는 "우리는 6년 연속 전 구단을 상대로 승리한 K리그 유일의 팀"이라며 자부심을 드러낸 뒤 "'이 팀'만은 꼭 이긴다기 보다는 모든 팀을 상대로 꼭 한 번 이상씩은 승리를 거두겠다"고 자신감 넘치는 포부를 밝혔다.
'도전자'의 입장에서 다시 한 번 K리그1 무대에 서는 안기헌 부산 대표이사는 비슷한 듯 다른 답변을 내놨다. "한 구단을 선택해서 이기겠다는 이야기는 하기 힘들다"고 말한 안 대표이사는 "K리그1 다른 팀들은 우리 구단을 승점 3점을 얻어야 할 팀으로 생각할 것이다. 우리보다 전력이 약한 팀은 없다"고 냉정한 현실을 살폈다. 이어 "우리는 올해 승격한 팀이기에 K리그1 12위에서 시작한다. '이 팀'만은 이기겠다는 각오보다는 순위 싸움을 펼칠 비슷한 전력의 팀들을 이겨야 한다"고 현실적인 답변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