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즌 목표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순위에 대한 부분이다. 성적을 빼놓은 프로스포츠는 무의미하다. K리그1(1부리그)도 마찬가지다.
2020시즌을 앞둔 K리그1 12개 팀 모두 마음 속으로 내심 순위표의 가장 높은 곳에 서는 것을 바라겠지만, 모두가 1위를 할 수는 없는 법. 지난 시즌 성적과 경기력, 전력 보강 그리고 다양한 변수들이 뒤따르는 정규리그 레이스에서 '우리 팀'의 성적을 미리 점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도 목표가 있어야 달려갈 힘이 생긴다. 일간스포츠가 개막을 앞두고 K리그1 12개 구단의 수장들에게 올 시즌 '우리 팀'에 기대하는 목표 순위를 물어본 이유다.
◇현대가 우승 경쟁은 올해도 계속?
지난 시즌 우승컵을 두고 치열한 다툼을 벌였던 현대가(家) 두 팀은 이번 시즌에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극적인 역전 드라마와 함께 1위를 차지했던 전북 현대의 목표는 당연히 올 시즌도 1위다. 허병길 전북 대표이사는 "당연히 1위가 목표다. 그 외의 순위는 생각하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K리그 최초 4연패에 도전하는 최강 전북의 포스가 느껴지는 한 마디다.
그렇다면 막판 역전극의 희생양이 되며 우승을 놓쳤던 울산 현대의 목표는? 역시 1위다. 김광국 울산 대표이사는 "우리 구단은 '1위'를 할 것이다. 겸손하게도 말하고 싶지만, 작년 준우승팀의 목표로서 선택할 수 밖에 없는 목표"라고 굳은 의지를 보였다.
◇다음 시즌 ACL 주인공은 나야 나
아시아 최강을 겨루는 무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는 K리그의 모든 팀들이 꿈꾸는 목표다. 그러나 ACL 티켓을 가져갈 수 있는 팀은 12개 팀 중 단 네 팀 뿐. K리그1에서 3위 안에 들어야 한다. 그렇지 못한다면 FA컵에서 우승을 해야 한다. 즉, ACL 출전권을 목표로 한다는 건 곧 최소 리그 3위 안에 들겠다는 각오인 셈이다. 결코 쉽지 않은 목표다.
강명원 FC 서울 단장은 "순위보다 흥미진진한 경기력으로 평가 받고 싶고, 매 경기 혼신의 힘을 다하는 모습이 가장 중요하다"면서도 "ACL은 팀이 보다 성장할 수 있는 매력적인 대회다. 이번 시즌 역시 ACL 출전권을 따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양흥열 포항 스틸러스 대표이사 역시 "3위에 올라 ACL 진출권을 확보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2017년 FA컵 우승팀 자격으로 2018시즌 ACL 무대를 경험했던 조광래 대구 FC 대표이사도 "ACL 진출에 도전한다"며 다시 한 번 아시아 무대를 정조준했다.
◇내가 간다, 파이널 A
대부분의 팀들은 6위 안에 들어야 발을 담글 수 있는 파이널 A를 최우선 목표로 삼는다. 파이널 A는 상위권과 하위권을 나누는 이정표다. 상위그룹에서 놀고 싶다는 건 모두가 같은 마음이다.
오동석 수원 삼성 단장은 "지난해 FA컵 우승의 성과를 달성했지만 리그에서는 파이널 A에 들지 못했다. 올해는 지난해 달성하지 못했던 파이널 A 진출을 이룬 후 더 높은 곳을 바라보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박종완 강원 FC 대표이사도 "6위 안에 들어 파이널 라운드 A그룹에 진출하겠다"고 말했고, 신봉철 상주 상무 대표이사 역시 "파이널 A 안에 들어가는게 금년 목표"라고 강조했다. 은수미 성남 FC 구단주도 "올 시즌 목표는 파이널 A 진출이다. 최종 순위 6위 안에 들겠다"고 단언했다.
K리그2(2부리그)를 제패하고 1부리그 무대로 올라선 광주 FC도 각오가 단단하다. 정원주 광주 대표이사는 "올 시즌 목표는 파이널 A 진출이다. 기업구단과 비교하면 전력상 열세이지만 지난 시즌 리그 우승을 일궈낸 주축 멤버들이 건재하고, 아쉬웠던 포지션 위주로 효울적인 영입을 이뤄냈다"며 "엄원상, 임민혁, 김정환 같은 젊은 패기와 김창수, 김효기 등 베테랑의 관록이 더해진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생각한다. 최소 조기에 잔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냉정하게, 현실적으로
보편적인 목표로 파이널 A 진출을 다짐할 수도 있었지만, 냉정하고 현실적으로 목표를 설정한 팀들도 있다.
매 시즌 '생존왕'으로 조마조마한 시간을 보냈던 인천 유나이티드가 그렇다. 전달수 인천 대표이사는 "이번 시즌 목표 순위는 7위다. 최소 파이널 B에서 1등을 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승격팀인 부산 아이파크의 안기헌 대표이사도 "한 자릿 수 순위가 목표다. 현실적인 목표는 잔류"라며 "그 이상으로 밀려나고 싶지는 않다. 2021년에도 K리그1에서 축구를 하도록 하겠다"고 순위 자체보다 '잔류'에 방점을 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