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CJ그룹 회장. CJ그룹 제공 대기업의 오너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오히려 절세의 기회로 삼고 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코로나19 정국에서 주식 증여의 호기로 잡은 대표적인 경우다. CJ그룹은 지난 4월 1일 이 회장의 주식 184만1336주가 재증여됐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자녀인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 이경후 CJ ENM 상무에게 CJ 우선주 각각 92만668주를 증여한다. 이는 지난해 12월 9일 최초 증여 때와 내용은 같지만 시점을 변경한 것이다.
증여 시점 변경은 합법적이다. 증여세 신고·납부기한(증여일이 속한 달의 말일부터 3개월 이내) 내에 증여를 취소하고 재증여하면 된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상장 주식 증여 시 평가 기준일 이전 2개월, 이후 2개월 도합 4개월의 최종 시세 평균값으로 증여재산이 매겨진다. CJ의 오너가는 코로나19 사태로 주식이 급락하자 정해진 법률 안에서 재증여를 결정해 절세 효과를 누리게 됐다.
CJ 오너가는 증여일을 바꾸면서 약 254억원의 증여세를 절약했다. 과세표준에 따라 다른 세율이 적용된다. 1억원 미만일 때 세율 10%, 1억~5억원 미만은 20%, 5억~10억원 미만은 30%, 10억~30억원 미만은 40%, 30억원 이상은 50%으로 금액에 따라 세율은 높아진다.
CJ의 경우 세율이 50%가 적용된다. 최초 증여일인 12월 9일의 CJ 우선주 종가는 6만5400원으로 증여재산가액이 총 1204억원에 달했다. 따라서 세율 50% 적용하면 602억원이 된다. 여기에 대주주 할증 20%인 120억원이 더 붙는다. 증여세 신고세액 공제 3%로 약 22억원이 차감된다. 이로 인해 종가 기준으로 CJ 오너가가 내야 할 증여세는 700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4월 1일 재증여일로 환산하면 세금이 확 줄어든다. 우선 증여재산가액이 767억원으로 떨어진다. 과세표준 세율 50%와 대주주 할증 20%를 적용하면 460억원이다. 여기에 신고세액 공제 3%인 14억원을 빼면 446억원이 된다. 이로 인해 증여세가 최초 700억원에서 460억원으로 떨어져 254억원을 줄일 수 있게 됐다. 증여세 공제액의 경우 직계존비속의 경우 5000만원, 배우자 6억원까지 공제되지만 CJ 오너가의 증여 규모에는 미미한 액수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글로벌 침체로 최근 실제 기업의 가치와는 상관없이 주가가 내려간 상황이다. 주가 폭락의 시점이 오히려 증여세를 줄일 수 있는 적기인 셈이다.
이런 점을 고려해 SPC삼립과 동서식품 오너가도 자녀들에게 주식을 증여했다. SPC삼립의 허영인 회장은 지난달 8일 장남 허진수 부사장에게 보통주 40만주 증여를 공시했다. SPC삼립의 증여일 주가(6만6300원)는 지난해 말(8만7200원) 대비 24%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특히 SPC삼립은 코로나 정국에 대리점 빵 가격까지 올려 빈축을 사고 있다.
김석수 동서식품 회장도 지난 3월 12일 아들 김동욱·김현준에게 동서 주식 각각 15만주, 10만주를 증여했다. 증여일 종가(1만5750원)는 지난 연말의 1만8350원보다 14%가량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