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문회(48) 롯데 감독이 스토브리그 키플레이어던 포수 지성준(26)을 개막 엔트리에서 제외한 이유다.
허 감독은 5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KT와의 개막전을 앞두고 전날(4일) 발표된 개막 엔트리에서 야구팬의 의구심을 자아낸 선택에 대한 배경을 전했다. 롯데의 포수 엔트리에는 김준태와 정보근만 포함됐다. 성민규 단장이 안방 보강 차원에서 선발투수 장시환을 보내고 영입한 지성준의 이름이 없었다.
허 감독은 "저 같은 선수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는 말로 지성준의 2군행을 결정한 이유를 전했다. 타격 능력은 좋은 편이지만, 포수에게 요구되는 수비력은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그는 "나도 유망주 시절이 있었지만, 현역 10년 동안 대타로만 보냈다"며 "대타 요원은 벤치를 오래 지킨다. 2군에서 많은 경기를 해서 부족한 점을 보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성준과 나눈 대화 내용도 전했다. 허 감독은 "선수에게 '자신의 장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었고, 대답을 받지 못했다. 나는 선수가 타격 능력은 좋다고 생각한다고 전해줬다"고 했다. 2군에서 수비 능력을 보완하면 다시 1군으로 불러올리겠다는 계획도 전했다.
허 감독은 롯데의 체질 개선이 눈앞의 성적보다 더 중요한 목표라고 본다. '반쪽' 선수가 많으면 당장은 이길 수 있지만, 팀의 미래를 준비할 수 없다는 얘기다. 벤치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부진하면 2군으로 내려가고, 경기 소화는 줄어드는 악순환이 반복되면 선수가 성장할 수 없다고 본다.
내, 외야 기대주로 여겨졌던 강로한, 김민수, 김대륙도 개막 엔트리에서 빠졌다. 세 선수를 향한 평가도 비슷하다. 교체 출전에 익숙해지면 발전할 수 없기 때문에 2군에서 단점을 보완하고, 9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게 적합하다고 봤다.
허문회 감독은 "반쪽짜리 선수를 만드는 것은 싫어한다. 비록 내가 3년 계약을 했지만, 팀의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선택이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유망주로 입단해 무명 선수에게 기회를 빼앗긴 뒤 대타 요원을 전전한 자신의 현역 생활을 애써 상기시키며 결단에 당위를 부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