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차우찬(33)이 또 한 번 중요한 일전에서 '곰 사냥'에 성공했다. 두산전에서 팀의 자존심을 또 세웠다.
차우찬은 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개막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3피안타 2볼넷 1실점으로 팀의 8-2 승리를 이끌며 승리 투수가 됐다.
팀의 자존심을 세우며 승리를 이끄는 호투였다. LG는 역대 개막전 최다패의 오명을 가진 반면 상대팀 두산은 개막전에서 가장 높은 승률을 자랑했다. 특히 LG는 어린이날 맞대결에서 두산에 9승14패로 크게 뒤졌는데, 이날 승리로 열세를 조금 만회했다. 최근 2연 연속 동안 LG는 어린이날 3연전에서 두산에 스윕패를 당하기도 했다.
차우찬은 두산을 상대로 중요할 때마다 잘 던진다. FA(프리에이전트) 이적 두 번째 시즌인 2018년 LG가 두산과의 15차전까지 전패를 당하는 수모를 겪을 당시 차우찬은 10월 6일 맞대결 최종전에 선발 투수로 나서 9이닝 1실점 완투승으로 팀의 3-1 승리를 이끌었다. 차우찬은 당시 134개의 공을 던지는 역투를 선보였다. 전년 시즌을 포함해 두산전 17연패의 사슬을 끊어내는 귀중한 승리였다.
지난해에도 두산전에서 2승1패 평균자책점 3.29로 잘 던졌던 차우찬은 외국인 투수를 대신한 개막전에서도 라이벌 팀을 상대로 LG에 의미 있는 승리를 선사했다.
차우찬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경기 전에서야 팀이 두산과 어린이날 시리즈에서 6연패를 당한 소식을 접해 조금 신경 쓰였지만, 최소 실점으로 막아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2018년 두산전 15연패 당시에는 내일이 없었지만, 오늘은 내일도 모레도 있어 그때보다 부담감은 덜했다"고 했다. 호투 비결로는 "없다. 특별히 좋은 편도 아니다"고 겸손해했다.
개인적으로도 의미 있는 승리였다. 삼성 소속이던 2011년과 2012년, 그리고 2016년 개막전에서 승리와 연을 맺지 못한 그는 '3전 4기' 도전 끝에 류중일 감독에게 개막전 승리를 안겼다. 앞서 세 차례 개막전 선발 등판 때 차우찬의 평균자책점은 6.00(2패)이었는데, 그의 개막전 선발을 내정한 사령탑은 류중일 현 LG 감독이었다.
특히 LG는 지난해 10개 구단 최고 외국인 듀오로 활약한 타일러 윌슨과 케이시 켈리가 국내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자 미국으로 특별 휴가를 다녀온 뒤 KBO의 권고에 따라 2주간 자가 격리를 거치면서 몸 상태가 완벽하게 올라오지 않았다. 그래서 차우찬이 대신 개막전 선발 등판로 나선 가운데 값진 승리를 팀에 선사해 의미를 더했다.
차우찬은 초반 투구 수가 많았지만 6회까지 마운드를 책임졌다. 4회 김재환에게 던진 110㎞ 커브를 통타당해 솔로 홈런을 내준 게 유일한 실점이다. 투구 수가 늘어나면 더욱 위력적인 공을 던지는 차우찬은 이날 역시 5회와 6회는 연속 삼자범퇴 처리하며 갈수록 안정감을 선보였다. 투구 수는 101개.
류중일 LG 감독은 "개막전 첫 단추를 잘 끼어 기쁘다. 차우찬이 잘 던졌다. 완급 조절도 좋았다"고 칭찬했다.
4타수 2안타 3타점으로 맹활약한 '주장' 김현수 역시 "우찬이가 선발로 정말 잘 던져 팀 승리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 같다"며 기쁨을 나눴다.
차우찬은 "(코로나19로 개막이 늦어져) 준비기간이 길었으나 첫 경기부터 좋게 풀어나가 다행이다. 근우 형이 호수비를 한 덕분에 경기를 잘 풀어갈 수 있었다"고 했다.